MB맨이라던 민유성의 무장해제

 이명박 정부 5년내내 산업은행은 갈팡질팡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한다면서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해 반 토막 내더니 산업은행 수장의 호칭도 총재에서 행장으로 강등시켜버렸다. 산업은행장 기본 연봉도 1억6000만원수준으로 확 깎아버렸고 덩달아 임원과 직원들의 임금도 정체되거나 크게 오르지 못했다.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민영화를 열망했다. 민영화만 되면 정부족쇄에서 플려나 시중은행 직원들만큼 후한 대우(임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사석에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우리금융지주회사 등을 함께 거치면서 동고동락했다. 사석에서는 전 전위원장을 '형님'으로 부를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자료사진=뉴시스
민유성 행장은 정책금융공사와 분리후 산은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민영화 밑그림 작업을 그리려 했으나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익모델이 걱정이었다. 과거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고 이를 일반 대기업이나 부실기업에 높은 금리로 대출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면 됐지만 민영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젠 그럴 수도 없는 처지였다. 주요 거대 자산마저 정책금융공사에 빼앗겨버려 은행 위상 또한 추락한 상태였다. 시중은행처럼 지점영업을 통해 돈을 벌려 했으나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민영화 과정에서 지점수 확대가 너무도 다급했다. 시중은행들과 경쟁하자면 수족이 있어야 했지만 그게 안 되었다. 팔다리에 해당하는 지점수가 너무나 적었다. 100개도 안되는 지점을 갖고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지점을 거느리고 전국을 훑어대는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2010년 11월 민유성 행장은 당시 새 주인을 찾고 있던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했다. 외환은행만 인수하면 당장 수백개의 지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게다가 외환은행 인수방안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산업은행 민영화 대책중 하나로 검토됐던 사안이기도 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도 산업은행의 M&A(인수 합병)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산업은행과 중첩되는 게 거의 없어 두 은행을 합치더라도 커다란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데다 산업은행의 품격 또한 다른 은행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이미 2000년대 초반의 그 은행이 아니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할 수 있는 그런 은행이 아니었다. 10여년전 외국계 자본인 론스타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파격적인 배당을 통해 투자금 이상의 이익을 이미 회수해 갔고 엄청난 주식 매각차익까지 노리는 상황이었다. 그 바람에 론스타를 둘러싸고 먹튀논란이 일고 있었다. 정부가 주인인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사들여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줄 수는 없다는 논리가 팽배했다. 민유성의 외환은행 인수추진 계획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물거품이 돼버렸다. 민유성 행장이 포기한 외환은행은 그후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민유성 행장은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시중은행 인수가 어려운 마당에 자체적으로 지점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금융당국은 민 행장이 이끄는 산업은행에 대규모 지점 증설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이 떠난이후 금융정책당국이나 금융감독당국 어디에도 민행장 편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당국은 당시 모피아 출신인 윤용로 행장이 이끄는 기업은행의 지점 증설은 흔쾌히 수락해 주면서 유독 민유성 행장의 산업은행에 대해선 지점 인가에 인색했다.

이를 두고 나쁜 소문이 나돌았다. 모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민간인 출신인 민 행장을 의도적으로 물먹인 게 아니냐는 소문이 그것이었다. 모피아 출신 자신들이 가야 할 자리에 민간금융인출신이 앉아 있는데 대한 의도적 물 먹이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민 행장의 언론 인터뷰 속에서도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틈만 나면 내 뒤엔 임명권자가 있기 때문에 소신 껏 일하겠다는 말을 내비치곤 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필자는 알것만 같았다.
 
그후 산업은행 수장자리는 모피아들이 원하던 대로 강만수 전 기획재장부 장관의 손에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 실세가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 또한 순탄치 못했고 이명박 정부가 끝날때까지도 산은 민영화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그리고 강 전장관의 산업은행 생활은 시작부터가 파란만장했다.
 
편집자 주: 기사 11월13일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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