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왜 강만수 삼고초려해 임금 올리려 했는지 부터 의문

 2011년3월 민유성 행장에 이어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내려왔다. 비록 산은지주 회장을 겸하는 자리였지만 장관출신이 일개 은행장으로 오다니 의외였다. 그래선지 강 행장 인사는 시작부터가 시끄러웠다.

 
원래 산업은행장 자리는 차관급이 내려오던 자리였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때는 1급 출신의 자리로까지 위상이 약화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김창록씨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관리관 출신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장관중의 장관”으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 내려 온 것이다. 원래는 기획재정부 차관이던 임종룡씨가 내려오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강만수 행장 인사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돌았다. 뒷말이 무성했다. 그가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되기 전부터 시장에선 강 전 장관을 주목했다. 직계 가족의 치료비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신한사태로 인해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새로 뽑을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강만수 씨가 임명되면서 소문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월급을 더 많이 주는 민간 금융지주회장 대신 국책기관인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려왔다는 사실 뿐이었다. 민간 금융지주 회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풍문에 비판여론이 일자 국책기관인 산은지주를 택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강 행장 내정 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상한 기자간담회를 가지면서 여러 의문이 더해졌다. 그는 강만수 행장을 삼고초려 끝에 끌어들였다고 했다. 삼고초려를 해도 쉽게 답을 안해 월급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지주 회장 성격상 월급을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더 드리는 게 맞다고도 했다. 비즈니스 성격이 금융허브 역할이어야 하는 데 그런 룸(여유)을 안주면 일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도 했다. 산은지주 회장이 일반기업과 경쟁하려면 아무리 명예가 있어도 그에 상응하는 (임금)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 일이 있은 후 김석동 위원장의 진정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산은지주 회장 할 사람이 천지에 널려 있는데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삼고초려했다”는 얘기를 꺼낸 것인가. 강 전장관 아니면 산은지주 회장 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 직전까지 임종룡 전 차관 등이 물망에 올랐던 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행여 강 전장관이 돈 많은 민간금융지주회장으로 보내 달라고 했는데 민간 금융지주쪽은 비판여론이 많아 대신 국책기관인 산은지주 회장으로 가 달라고 매달리기라도 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얘기인가.
 
그러나 의문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모든 국책 기관장의 연봉을 ‘차관급 +알파’ 수준으로 내린 것인데 산은지주 회장의 연봉만 더 올리는 게 맞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산업은행장 연봉이 깎였다고는 하나 기본연봉(1억6000만원)에 최고 300%의 성과급을 합하면 최대 4억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연봉이 적다고 하면 도대체 얼마를 더 줘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인가.

행여 과거 정부에서 산은총재가 받던 7억~8억원수준으로 연봉을 올려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일부 민간금융지주회장수준인 10억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뜻인가. 민간지주 회장 대신 산은지주회장으로 가면 연봉을 올리는데 총대를 매 주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인가. 천재들만 더니던 경기고, 서울 상대출신에다 행정고시까지 거친 명석한 김 위원장이 자신의 판단만으로 이런 총대를 맬 사람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김 위원장의 기자간담회는 그 파격적인 내용만큼이나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김 위원장의 말꼬리는 아주 길었다. 김 위원장이 무슨 이유로 강만수 회장을 삼고초려했다는 얘기를 했는지, 그가 왜 강만수 회장의 임금을 올리려고 했는지,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분명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의 의지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대통령 지시로 산업은행 총재의 호칭을 행장으로 바꾸고 국책기관장들의 임금도 내렸을 텐데 일개 금융위원장이 나서 산업은행장의 임금만 올리자고 쉽게 말 할 상황은 아닌 까닭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닌지 묻고 싶은 게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또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는 김 위원장이 감히 거역하기 어려운 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김 위원장의 강만수 행장 임금 올리기 시도는 그 후 숱한 여론의 비판속에 좌절되고 말았다. 어쩌면 김 위원장은 이 일이 성사되지 못할 줄 알면서도 직책상 어쩔 수 없이 한번 추진해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필자는 이와 관련해 여러 들은 얘기가 많지만 훗날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취재를 한뒤 진실을 밝혀보려 한다.  지금으로선 독자들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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