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납품단가 연동제, 중소기업 피해 가중"
한경연, 원자재 가격 10% 상승 시 영향 분석
"취업자 4만 7천명 감소, 실업자 2만 8천명 증가"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일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 이슈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하지만 납품단가 연동제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악화시켜 중소기업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중소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빈사상태로 몰리고 있는데도, 대기업 납품단가는 변동이 없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경연은 "협상력의 차이로 발생하는 불공정을 바로잡고 중소기업의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중소기업의 혁신이 가능하고, 국내 산업생태계가 강건해진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이와 관련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되면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그 부작용은 근로자와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라며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수도권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납품단가 연동제, 산업생태계 악화...중소기업 피해 가중

한경연은 "이번 보고서는 5개 원자재 산업과 12개 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누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 일자리, 소비·투자·수출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어 "납품단가 연동제로 대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중간재화로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생산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결국,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면 국내 산업생태계가 오히려 취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대기업의 총산출이 0.93%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산출도 0.1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또 "시장가격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면 보호하려는 대상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납품단가 연동제도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취업자 4.7만명 감소, 실업자 2.8만명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납품단가 연동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총 4만 7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자는 2만8000명 늘어 실업률은 0.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처럼 일자리 감소와 실질임금 감소를 가져와 근로자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또 "납품단가 상승에 따른 대기업의 손실은 재화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전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실제 소비자물가지수가 14% 증가하고, 소비는 0.14% 감소하며 투자는 0.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정부의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위축에 따른 부가가치세 수입도 감소하여, 총 정부의 세수입은 0.2%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또한 보고서는 "교역조건이 15%나 악화되면서 수출이 0.97% 감소하는 반면 수입은 0.46% 감소에 그쳐 무역수지가 10%나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결국 GDP가 0.29%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납품단가 연동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공급망이 보편적인 생산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납품단가 인하와 납품품질 향상에 대한 요구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엽 한경연 연구실장은 "상품의 회전 주기가 빨라지고, 새로운 혁신 기술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은 대·중소기업을 가리고 않고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대·중·소 기업 상생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경쟁이 아닌 정부의 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만을 기대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의 퇴출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조실장은 이어 "지속적으로 선도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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