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포, 반도체 설계 자회사 문 닫고 3000명 엔지니어 해고
中반도체산업 사상 최대 전격 정리해고, 배경 둘러싸고 추측 난무
오포 "세계 경제와 스마트폰 시장 불확실성 때문" 설명
중국 분석가, 미국 무역제재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 해석

'MWC 2023'의 오포(OPPO) 부스. /사진=AP, 뉴시스
'MWC 2023'의 오포(OPPO) 부스.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OPPO)가 지난 12일 반도체 설계 자회사 제쿠(ZEKU)를 전격적으로 폐쇄해 엔지니어 3000명을 해고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오포는 폐쇄 결정 발표 당시 "세계 경제와 스마트폰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간단하게 밝혔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지난 15일 중국 인터넷에는 제쿠 CEO 류쥔(劉君)이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시장 고전이 회사 폐쇄 결정의 주요 원인"이라며 "막대한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18분짜리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3000명 엔지니어를 내보낸 것은 중국 반도체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라고 해당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 분석가들은 제쿠의 전격 폐쇄가 오포가 미국 무역제재를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업계 소식통은 "오포는 아직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화웨이가 미국 제재대상에 오르면서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상당수 하이실리콘 직원들이 제쿠로 옮겼다"고 전했다.

오포가 2019년 창업한 제쿠는 불과 2주전만 해도 상하이, 베이징, 청두, 시안 사무소에 동참할 반도체 엔지니어를 모집하겠다고 밝히는 등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전격적으로 폐쇄를 결정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업계 소식통은 "제쿠 폐쇄는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겠다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야심과 목표에 대한 또 다른 타격"이라고 평가하고 "오포가 엔지니어가 3000명이나 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 자체가 전략적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해당 매체는 보도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오포는 올해 1분기 2080만대를 출하해 애플, 삼성, 샤오미에 이어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3090만대) 대비 10%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오포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760만대로 2021년 대비 20.7% 줄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어든 382억 달러에 머물렀다고 카운터포인트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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