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부장, '투키디데스 함정' 주장 하버드대 앨리슨 교수와 중미 관계전국위 간부 접견
왕 부장 "중국과 미국, 향후 50년 정확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시진핑 주석, 신흥국과 패권국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 함정' 부정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앨리슨 교수.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앨리슨 교수.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6일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를 비롯해 미중관계전국위원회 에번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스피천 올린스 회장을 별도로 만났다고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앨리슨 교수를 만나 "지난 50년 국제관계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중미관계의 회복과 발전"이라면서 "앞으로 50년 국제관계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이 정확한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중국의 대미 3대 원칙) 상호존중, 평화공존(和平共處), 협력공영(合作共贏)은 중국 전통문화와 일맥상통한다"면서 "양국은 역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로서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철학에는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지는 않다) 사상이 있고, (중용에 나오는) 도는 함께 행해도 서로 어긋나지 않고(道並行而不相悖), 만물은 함께 자라되 서로 해치지 않는다(萬物並育而不相害)"며 "이것은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말하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이분법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미국은 함께 글로벌 도전에 맞서야 하며,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며 "학계가 중국과 미국의 올바른 공존의 길과 인류 운명 공동체 이념 등을 연구해 전통적인 국제정치이론을 뛰어넘는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왕 부장에게 "중국이 대미 3대 정책을 설명하면서 상호존중은 양국 관계의 전제이며, 평화공존은 마지노선이고, 협력공영은 목표라고 밝힌 것은 학계가 중국 외교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 정책 결정 과정을 다룬 '결정의 에센스'를 1971년 펴내 '현대국제정치학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았고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다.

앨리슨 교수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가 떠오르는 강자 아테네와 펠로폰넨소스 전쟁을 일어난 것을 기술한 것을 토대로 역사적으로 신흥국과 패권국이 16차례 충돌했고, 이중 12번은 전쟁으로 끝난 만큼 미중간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래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부정하면서 "투키데디스 함정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왕이 부장은 이날 미중관계전국위원회 에번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 스피천 올린스 회장을 만나 "중미관계 문제점(癥結)은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라고 규정한 데 있다"면서 "양국은 면대면 접촉 교류를 늘려 상호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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