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면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5순위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한국영화는 최근 3년 연속 1억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는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국제시장은 '스태프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 호평받고 있다.

이에 다른 영화 제작사들도 '스테프 등 영화 제작 근로자'들을 법적 요건대로 정당하게 대우하는 태도가 빨리 안착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일 KBS '미디어 인사이드'는 영화 '국제시장' 제작사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제작진들과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사연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지난 2008년 개봉한 A영화는 한국 영화계 톱스타 세명을 캐스팅한 데 이어 제작비 약 100억원, 해외로케이션까지 촬영기간 10개월을 소요하는 노력으로 66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그 이면에는 스태프들의 남모를 사연이 숨겨져있었다.

촬영 스태프들은 해외에서 진행한 촬영분 임금을 7년째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작사와 배급사측은 당시 '영화가 흥행하면 지급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했지만 '정산하고 보니 적자'라는 입장을 밝히며 임금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봉한 B영화의 경우 제작진 전원에 대한 임금 1억2000만원을 체불하고 있어 소송까지 번졌지만 배급사가 폐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영화현장 제작진들에 대한 열악한 실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 4월 대종상 시상식장의 뒷편에선 '표준 계약제를 실시하라'는 조명감독, 동시녹음기사, 카메라보조 등 영화 현장 제작진들이 벌인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를 필두로 영화제작 스태프의 임금체불,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가 연이어 지적되던 중 지난 2011년 30대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지병과 생활고로 인해 월세방에서 숨을 거두기도 했다.

실제 영화 스태프들의 연간소득을 보면 1000만원 이하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500만원 이하인 사람도 27%가 넘는것으로 집계됐다.

'미디어 인사이드'제작진은 영화제작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의 원인이 영화계관행상 이른바 '통계약' 형태로 근로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스태프의 계약서를 살펴본 결과 계약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영화 제작이 끝날때까지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밤샘이나 연장촬영에 따른 추가비용 개념도 없었다. 임금도 개별 지급이 아닌 직군별로 계약하고 있어 큰 금액이 팀별로 배당되면 내부에서 알아서 배분하는 형태였다.

한 영화 조연출은 인터뷰를 통해 "통계약을 하면 위에서 가져갈 경우 내가 얼마받을지도 모른다. '영화계에 종사하고 싶으면 이렇게하라'는 식의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최고은 작가의 사망을 계기로 정부는 문제가 된지 10년 만에 영화산업에 대한 '표준 근로계약서'를 마련했다. 하루 촬영을 최장 12시간으로 제한하고 8시간당 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초과근무 시 수당을 지급하고 4대보험에 가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는 이런 규정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촬영기간이 최장 8주를 넘지 않는 조건에서 수많은 대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이마저도 권고사항에 불과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영화계 종사자들이 많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표준 근로계약서 활용 비율이 전년 5.1%에서 2014년 13.1%로 늘어났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국제시장'이 한국영화 최초로 보조인력부터 감독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진이 기획단계부터 '표준 근로계약서'를 쓰고 작업에 돌입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한국영화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 연출팀에 참여했던 김대욱씨는 "예전같은 경우 영화촬영에 시간제한이 없어 24시간, 36시간 잠 한숨 못자고 촬영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즐겁게 일했던것 같다" 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제작비 역시 늘어났지만 투자사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홍보팀 팀장은 "표준 근로계약서 체결을 지킴으로써 드는 비용이 제작비의 평균 5% 수준인데 제작과정을 효율적으로 하다보면 비용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고 한국영화산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을 때 세계시장에도 진출해야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사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시장'의 움직임이 더욱 확신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표준 근로계약서가 진행되는 면을 보면 제작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표준계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실 표준 근로계약서 내용은 근로기준법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돈의 논리에 따라 근로기준법 준수여부가 바뀌는 건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은 "영화현장을 책임지는 스태프의 임금과 근무형태 등 근로자로서의 법적지위를 보장받아야 한국영화의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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