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GA 제5메이저 대회, BMW PGA 챔피언십 압도적 우승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유러피언투어(EPGA)에서 슈퍼 루키가 탄생했다. 바로 한국의 안병훈(24)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유러피언투어 ‘제 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BMW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총 상금이 무려 500만 유로, 우승상금만 83만 유로에 달하는 빅 대회를 거머쥔 것이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맥일로이가 예선 탈락한 이번 대회를 안병훈이 구해냈다. 로리 맥일로이가 빠져 자칫 흥행이 사라질 뻔 했던 대회를 초특급 장타를 자랑하는 안병훈이 화려하게 등장,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안병훈은 24일 밤, 25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 7302야드)에서 속개된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21언터파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7타를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최종합계 15언더파로 공동 2위를 기록한 태국의 통차이 자이디와 스페인의 히메네스를 무려 5타차로 따돌리고 챔피언이 됐다.

안병훈은 이날 이탈리아의 강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현지에선 몰리나리의 우세를 점쳤다. 몰리나리의 경우 최근 물오른 감각을 보이고 있는데다 컴퓨터 샷을 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게다가 경험면에서 안병훈보다 한 수 위다. 그는 유러피언 투어 3승의 관록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현지에선 몰리나리의 우승확률을 91%로, 안병훈의 우승확률을 9%로 점쳤었다.

그러나 안병훈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그는 첫 홀부터 몰리나리를 압도했다. 첫 홀서 몰리나리가 보기를 범할 때 그는 까다로운 파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어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몰리나리와의 격차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 후 12번홀에서 안병훈은 그림같은 이글까지 잡아내며 몰리나리를 우승경쟁에서 멀찌감치 밀어냈다. 몰리나리는 이날 합계 12언더파로 5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태국의 통차이 자이디였다. 그가 몰리나리를 대신해 안병훈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는 유러피언투어 6승을 거둔 작은거인 답게 안병훈을 잠시 긴장케 했다. 안병훈 보다 2타 뒤진 3위로 출발한 자이디도 이날 물오른 샷감각을 뽐냈다.

그러나 자이디도 안병훈을 뛰어넘진 못했다. 그는 후반 한때 안병훈을 1타차로 위협하기도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안병훈이 후반 9홀에서 이글과 버디를 줄줄이 잡아내자 그의 추격도 맥없이 끝나고 말았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최고 흥행카드였다. 무시무시한 장태를 때리대며 세계 1위이자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이었던 로리 맥일로이가 예선탈락 하고 빠진 틈을  거뜬히 메웠다. 안병훈은 로리 맥일로이 못지않은 시원한 장타를 쏘아대며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번대회 나흘동안 입장한 관객수가 무려 11만3000 여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로리 맥일로이가 3.4라운드에서 빠졌는데도 관중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거기엔 안병훈의 역할도 컸다.

안병훈은 떡잎부터 될성부른 선수였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인 17세때 US아마추어 챔피언에 등극한 전력을 자랑한다. 그 후 프로로 전향한 뒤엔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2부리그를 전전했으나 그 대가는 달콤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강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는 탁구 선수 출신 부모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이다. 운동선수 부부의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그의 운동신경은 뛰어났다.

안병훈이 한국의 차세대를 이끌 남자 골퍼로 우뚝 섰다. 그간 유럽출신의 내로라하는 세계적 프로골퍼들이 바로 이 대회 우승자 출신들이라는 점도 안병훈의 앞날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5년간 유러피언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게다가 향후 3년간 디오픈 출전권도 따냈다. 현재 132위인 그의 세계 랭킹도 100위권 이내로 진입하게 됐다. 올해 유러피언 투어 신인왕 등극과 관련해서도 유력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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