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문의고객 천태만상

키움증권 고객만족센터에 근무하면서부터  내겐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 그렇듯, 내게도 어느덧 업무관련 행동들을  일상에서도 버릇처럼 지껄이거나 행동으로 옮기곤 하는 소위 '직업병'이 생긴 것이다.

첫번째 직업병은 어떤 글이나 화면을 볼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곤 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점이다.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전화로만 처리하기 힘들 때, 우리는 고객의 정보가 담긴 컴퓨터화면을 켜놓고 해당 정보를 읽거나 설명해 주면서 고객을 응대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버릇이 어느덧 생활습관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도 신문 기사를 남에게 설명하듯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대충 스쳐보았던 숫자들을 상대방에게 말하듯 다시한번 큰 소리로 웅얼거릴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뭘 보기만 하면 무의식적으로 소리내어 읽곤 하는  직업병이 생긴 것이다.

신입교육을 받으며 당황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숫자읽기였다. 일상생활에서는 별 불편함없었던 숫자들이 업무상으로는 몇 백, 몇 천, 심지어 억단위로 오고가기 때문에, 내가 읽고 있는 숫자가 정확한지 계속 확인해야만 한다.

이로인해 생긴 일화도 있다.

어느날 엄마가 연근을 좀 사야겠다고 하길래, 나의 짠순이 쇼핑실력을 뽐내고자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여러 상품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제 금액결제를 하려는데, 확인 창이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엄마~ OO농원에서 KB국민카드로, 00,000원 일시불 결제 맞으십니까?"라고 말하면서 팝업창을 마우스 포인터로 움직이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엄마는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나 또한 이런 내모습을 보고 얼마나 민망했던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두 번째 변화는 인사하는 습관이다. 키움증권에 입사한 후 나의 인사 습관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나는 꽤 먼곳에서 통근을 하는데, 아침 5시 40분 버스에 오르면 낯익은 분들과 같이 타는 경우가 많다. 어느날은 나도 모르게 버스를 타자마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직장에서 인사하던 버릇이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처음엔 좀 민망하긴 했지만 그 분들과는 이제  자식들 안부까지 묻는 사이가 됐다.

마지막 변화는 바다처럼 넓어진 내 마음이다. 진상고객과 통화하다보니 어느덧 깊어진 인내심은 이제 스님 못지 않다. 예전같으면 부모님이 "모르는 것이 있다"며 내게 뭘  묻기라도 하면, 짜증만내고 대충설명하고 말았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귀찮기도 했고 또 "말해봤자 알아듣겠어"하는 건방진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하찮은 것을 물어오더라도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애쓴다.

일이 고되더라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내모습을 발견할 때면, 고객에게 한번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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