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못하면 불안, 초조 끝에 사람 만나는 것도 기피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삶이 늘고 있다. 꾸준한 운동은 신체적, 정신적인 활력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운동을 찾는 ‘운동 중독’의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2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과도한 운동으로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 '운동 중독'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69세 최경수씨는 새벽 5시부터 하루 7시간씩 운동한다. 17년 전부터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최경수씨는 "아침 수영을 시작으로 사이클, 마라톤을 매일 하고 있다. 과거에 운동하다가 다쳐서 큰 수술을 2번이나 받았지만 그만둘 수 없다. 운동에 매달리다 보니 가장 역할을 못하게 되자 가족들도 떠났다. 그래도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최경수씨의 몸과 정신상태를 진단한 결과 무릎 연골 손상이 있었고 운동 중독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인은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탈골이라는 외상에 대인관계가 악화되면서까지 운동에 몰두하는 것으로 봤을 때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28세 김기중씨는 7년간 보디빌더 생활과 함께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김기중씨는 "예전에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운동했고 사람도 안 만났다. 운동이 부족하다 싶으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이 커질수록 운동시간은 늘어갔고, 그러다 어깨 부상을 당하고 나서야 운동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운동 중독에 이르게 되는 세 가지 특징에는 내성과, 금단현상, 조절능력 상실이 있다. 운동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점차 운동시간을 늘리거나 강도를 높이게 된다. 그러다 운동을 못하면 불안, 초조함을 느끼고 결국 주변에서 말리거나 몸에 무리가 와도 운동을 멈출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는 것이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홈페이지

운동을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 중독까지 이르게 되는 요인 중 하나는 '베타 엔도르핀'이다. 운동을 시작한지 40~50분이 경과하면 체내에 젖산과 피로물질이 쌓이며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 때 뇌는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강력한 진통제를 내보내는데, 이 물질이 사람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강현식 성균관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마라톤을 할 때 일정시간이 지나게 되면 근피로와 통증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베타 엔도르핀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황홀 수준에 가까운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서홍원 한리대 약리학 교수는 "현재까지 베타 엔도르핀이 우리 체내에 내재하는 물질 중 가장 강력한 진통 작용을 보인다. 한 실험을 통해서는 베타 엔도르핀이 모르핀보다 10배 강한 진통 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운동 중독을 진단하는 자가테스트 8가지 항목 : ▲운동이 하루 일과의 중심이다 ▲운동을 못하면 불안하다 ▲운동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운동시간을 줄이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운동 외에 다른 취미는 없다 ▲운동을 실제보다 적게했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운동하면 회복된다 ▲운동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가운데 6개 이상에 해당하면 운동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5개 이하의 가벼운 중독은 운동에 몰입할 수 있고 실력을 기르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덴마크 코펜하겐 심장연구소에 의하면 4시간 이상, 시속 11km 이상을 유지하는 격렬한 조깅을 하는 사람의 경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만큼 사망률이 높았다. 연구진들은 격렬한 운동이 심장과 대동맥 구조를 변형시켰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반면 주당 3일 이하, 1~2시간 40분, 시속4km 이하의 가벼운 조깅을 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고령화로 인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한 운동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나카노조 마을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10년간 시행된 건강실험을 통해  걸음수, 운동 강도에 따라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4000보, 빠르고 큰 보폭의 중강도 걸음운동 5분은 우울증을 예방하고 5000보, 7분의 중강도 걸음운동은 치매, 심장질환, 뇌졸중에 효과적이다. 8000보, 20분 이상의 중강도 걸음을 걸을 경우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운동횟수 일주일 3~5회, 운동시간 30분~2시간 30분 이하,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중강도 운동이 적당하다"면서 "적당한 운동으로 100세 시대를 위한 건강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