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한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제시 필요

▲ 출처/='미디어 인사이드' 홈페이지 캡쳐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가 발생했다. 파리 테러 사건을 전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테러 확실하지 않은 보도로 혼란을 빚거나 사건이 벌어진 배경과 원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 '미디어 인사이드'가 파리테러와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을 점검했다.

7일 방송계에 따르면  '미디어 인사이드'는 6일  파리사건 보도를 통한 언론의 테러 관련 보도실태를 살폈다. 지상파 3사와 신문들은 파리 테러 소식을 톱기사로 다루면서 당시의 상황과 범행수법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후 언론은 테러범 검거 작전과 보복 공격상황을 전했고 이번 테러로 프랑스를 상징하는 관용과 유럽 내 난민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외신들을 인용하며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보도내용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당초 이번 테러의 총 책임자로 보도된 사람은 벨기에 출신의 아바우드였지만 이후 외신에서 테러 총책으로 또 다른 사람들이 거론되면서 국내 보도 역시 달라졌다. 테러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압데슬람의 체포여부는 외신보도에 따라 엇갈렸고 벨기에 내무장관 발언 등 오보도 그대로 전해졌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도 이어졌다. 잔혹한 IS의 훈련영상을 내보내는가하면 학살, 인간 사냥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사건 현장을 묘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테러 사건 보도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포감을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시키려는 게 테러리스트들의 기본적인 목적인데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정적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알게 모르게 테러리스트들에게 협조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테러 위협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파리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 단체 ‘알 누스라’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인이 검거됐다는 소식과 시리아 난민 200명이 국내에 들어왔고 IS를 공개 지지한 내국인 10명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테러 위협을 우려했다.

그러나 붙잡힌 인도네시아인은 IS추종자인 것으로 보도됐는가하면 법률상 적용된 혐의가 '출입국관리법위반'이었음에도 경찰이 '테러단체 추종혐의'를 강조한 보도 자료를 내자 언론들도 이를 그대로 부각해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국정원장이 국회 보고에서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입국해 65명이 공항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히자 상당수 언론은 시리아인이 최근 한꺼번에 들어온 것처럼 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00명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입국한 시리아인의 총 인원이며 최근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심사를 대기하고 있는 시리아인은 14명이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후 한국도 IS테러의 대상국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한국에 시리아 난민들이 왔고, 그 시리아 난민들이 마치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보이게 됐다”면서 “국민에게 큰 위협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진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이 정부 발표 내용을 전하거나 테러 위험성을 부각하며 법안을 둘러싼 과거 논란을 재연하기 보다는 실제 국내 테러 위협과 대응능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히 테러의 잔인성과 위협만을 강조해 증오와 공포심을 키우기보다 테러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테러 용의자 8명은 프랑스와 벨기에 국적으로 언론은 이들이 최근 유럽에서 반 이슬람 정서가 높아지면서 각종 차별을 당한 데다 실업률 상승으로 경제적 박탈감이 심해진 점이 테러 동기라고 분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테러 발생을 막기 위해 이슬람 혐오가 아닌 포용과 통합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러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분석기사 보다는 단순 상황 전달식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테러 발생 직후 6일 동안 5개 일간지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테러발생을 단순히 전달한 기사가 68%를 차지했다. 반면 테러의 배경, 원인, 해결방안 등을 다룬 기사는 전체 17%로 나타났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테러가 발생하면 사건 그 자체와 피해자, 국제사회 대응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하면 근절될 것인지, 우리 지구사회 평화는 어떻게 도래될 것인지 진정으로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도 언론들이 테러방지법 등 정치적 이슈 외에도 다문화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뤘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태순 미디어로드 연구소장은 "다문화가정, 이민자, 해외노동자 등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면서 프랑스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 언론이 깊이 있게 조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은 "언론이 테러가 발생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되짚어보고 갈등과 분열보다 통합과 치유방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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