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통화가치 하락 경쟁(환율 전쟁), 더는 수출 촉진 요인 못된다"

지금 세계는 환율 전쟁 속에 있다. 세계 각국이 각자 "내 나라 통화가치가 낮아져야 수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릿저널(WSJ)이 “왜 통화가치 약세는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라는 색다른 분석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우처럼 통화가치를 확 떨어뜨려도 수출에 획기적인 도움이 안되거나 성장률 향상에 더이상 보탬을 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의 수입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WSJ의 새로운 진단이다.

28일(미국시각) 글든브릿지 투자증권의 매크로 앤 파이낸셜 데일리에 따르면 WSJ의 환율시장 분석이 이날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어느 나라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도 이제 더 이상 수출 증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수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의 수입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이같은 진단의 배경이다.

WSJ은 “올해 전세계의 많은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했는데,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에 대해 ‘근린궁핍화정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서 “또 한 차례의 통화 전쟁 사이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통화 전쟁이란 자국의 통화 가치를 가장 저렴하게 만드는 경쟁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WSJ은 하지만 “현재로선 이같은 통화전쟁 재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면서 “그 이유를 보여주는 주요 증거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최근 교역 다이내믹에 있어 통화가치 약세의 효과가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 환율 전쟁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WSJ은 이어 “통화가치 약화로 인한 교역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은, 현재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처럼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에 있어서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WSJ에 의하면 한 국가가 그들의 통화 정책을 완화시켰을 때, 금리가 하락하고 투자자들은 다른 곳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자금을 빼내는 경향이 존재하는 만큼 이에 따라 통화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다이내믹이 예상한 것 만큼은 교역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하고 있다.

최근 변화된 것은 (제조업자들이) 그들의 수출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는 행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자들의 경우 과거엔 수출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품(원료)을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달라졌다. 현재 제조업자들은 이 같은 인풋(원료)을 해외에서 더 많이 찾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국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봤자 수출상품 가격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출상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수입 비중이 늘다 보니 수입 증가로 인한 통화가치 약세 효과도 상쇄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세계 국가들의 세부적인 자료를 활용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WTO(세계무역기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각 국가별로 그들의 수출 상품에 얼마나 많은 외국산 구성품(원료)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를 측정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산 원료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수출 상품 중 외국산 구성품(원료)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995년 17.5%에서 2011년 21.7%로 증가했고 한국의 수출 상품 중 외국산 구성품들의 수입 물량은 1995년 22.3%에서 2011년 41.6%로 급증했다.

WSJ은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도 통화가치 하락이 특정 국가에 가져다 주는 수출 증대 효과가 감소했다는 것을 찾아냈다”면서 “최대 30%의 국가들에게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의 핵심 멤버인 Benoî Coeuré도 지난 달 캘리포니아 연설에서 “이제 환율 변화가 각국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감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WSJ도 “일본의 경우 큰 폭의 통화 가치 평가절하(엔화가치 절하)가 한때는 수출을 가속화시켰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2013년초,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의 공급량을 늘리고 그에따라 달러 및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를 평가절하시킨 대규모 부양책을 선보였었다”면서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화 가치의 약세는 일본의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했고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다시 도약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 증권 안장현 애널리스트]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