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소 "초저금리로 금융 비용 부담 낮아졌지만 부채상환능력은 약화"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업부채는 특히 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나 단기적인 상환 압력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내용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연구소가 스스로 재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2일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우리나라 전체 기업부채는 163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2014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율은 분기당 평균 6.7%를 기록했으며, 경상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0년 말 99.0%에서 2015년 6월 말 105.3%까지 치솟았다. 

이는 주요 39개국의 경제 규모 대비 기업부채 규모와 비교하면 15번째로 높은 것이다. 1위는 룩셈부르크(339.2%)였으며 홍콩(225.9%), 아일랜드(185.3%), 중국(163.1%), 스웨덴(152.9%)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프랑스(125.4%), 캐나다(109.0%)가 우리나라보다 높았고 일본(101.8%), 미국(70.6%), 영국(70.4%), 독일(54.9%)은 낮았다.

LG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기업부채 비율 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최근 추세는 신흥국과 같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영업이익률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이 낮아지면서 부채상환능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2014년 기준 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3.8%로 2010년(4.6%)에 비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이 2010년 7.0%에서 5.2%로 하락했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 역시 7.1%로 다른 나라 평균(12.3%)에 비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이자 비용 지급 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합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낮은데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신용경색이 발생해 만기 연장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업부채의 신용위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 될 경우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부채의 경우 금리 상승이나 금융시장 불안에 취약하며 수익성이 낮은 상태기 때문에, 경기 부진으로 실적까지 악화될 경우 빠르게 부실화 될 위험성이 크다"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기업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좋아져야 하며 재무 구조조정 및 부실기업에 대한 사업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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