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대만 기업과 인수 협상 진행...도시바도 일부 사업 매각 적극 검토

▲ 무로마치 마사시 도시바(Toshiba) 사장 /사진 출처=NHK·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일본 IT 기업인 샤프(Sharp)와 도시바(Toshiba)가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의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 대표 IT 기업인 샤프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며 도시바 역시 부진한 사업부를 대상으로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혼하이정밀공업의 샤프 인수는 일본 산업 분위기상 해외 자본으로의 기업 매각에 인색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으로 여겨진다.

일본 IT 기업의 본격적인 위기는 2000년대 중반 한국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시작됐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물론 가전 등 완제품까지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였던 일본 기업은 점유율 하락의 원인을 두고 엔화환율 가치 상승 및 인건비 차이 등 불리한 비용 구조 때문이라고 판단했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일본을 추월하면서 일본 IT 업계가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제작소 등이 주력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한국과 경쟁 영역에 있는 분야를 정리한 것에 반해 샤프와 도시바는 기술력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산업 주도권을 재탈환하려 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한국 기업과의 차별성 확보에 실패했고 중국 업체마저 경쟁 상대로 떠오르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프가 홍하이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한 것은 일본 산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홍하이는 샤프 인수 금액으로 7000억 엔 이상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샤프' 브랜드를 유지하고 태양광 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 부문을 인수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바의 경우 기존 경영진 대다수를 교체하고 반도체 사업 일부와 PC·가전 사업을 대상으로 매각을 고려하고 있으며, 낸드 메모리 등 스토리지(storage)와 에너지 사업에 역량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 내에서 인구 감소 및 초고령화 가속화, 원자재 가격 급락 등 국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 구조 개선 및 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내수 중심의 기업인 유통업체 패밀리마트와 CMS체인 유니그룹이 합병되는가 하면 철강·정유 업계에서도 기업 합병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일본 IT 기업들이 한국과의 직접 경쟁 사업을 축소 철회하고 있으며 경쟁력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두각을 드러내는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인구 구조 변화 및 글로벌 원자재 급락 등 대외 악재로 인해 우리나라 역시 시차의 문제일 뿐 다수 업종 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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