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문제가 최순실 파문에 묻혀 쑥 들어갔다. 올해도 건보 개편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정부는 2013년 7월 건보개선 기획단을 구성해 1년6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개편안을 마련했고 이를 작년 1월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나자 일단 연기한다며 뒤로 물러났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 국감에서 올해안에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발언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건보 개편작업을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추진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돼있는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또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과 재산이 있는 직장 가입자 가족은 피부양자로 분류돼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않는 문제도 있다.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062만명중 40.6%인 2057만명으로,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36만명은 집을 3채나 갖고있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외에 자동차, 재산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며 이들의 가족은 소득이 없어도 피부양자 자격이 없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재정 누적흑자가 작년의 16조9800억원에서 올해는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부과체계개편을 어렵게 만든다. 5년째 흑자가 나는데 왜 건보료를 더 걷느냐는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보면 흑자는 거품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이 부담한 진료비는 45조7600억원인데 보험료 부과액은 44조3298억원이다. 사실상의 적자다. 이걸 보이지 않게 메워준 게 국고지원이다. 국민 세금으로 위장 흑자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정부는 매년 해당연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재정 14%, 담뱃값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 6% 부담)를 지원하고있다. 이 국고지원은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내년까지로 1년 연장했다.

기획재정부와 전문기관들은 현재의 고령인구와 만성진환자 증가 추세로 보아 2020년부터 진료비 지출이 급증, 건보재정이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한다.국고지원이 지속돼도 2025년에는 흑자로 쌓아놓은 적립금도 바닥날 것이란 얘기다.

건보공단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노인 1인당 진료비는 362만원으로 전체 평균 113만원보다 3배이상 많다. 노인인구는 2015년 기준 622만3000명으로 전체의 12.3%인데 이들 진료비는 30%가 넘었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건강보험은 흑자가 나지만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하겠다. ‘비오는 날’을 위해 준비할 때다. 지금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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