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관료는 영혼이 없을지 몰라도 관료 출신은 영혼이 있는 게 확실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관료 출신 경제단체장들의 정치권을 향한 소신 발언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해체 위기에 처한 전경련의 차기 회장 물망에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전경련 탈퇴와 회비납부 중단을 선언하고 정치권에서도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 전경련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뉴시스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정기총회를 이달 중 열어야하는데도 전경련은 아직 총회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전례없는 일이다. 평상시라면 주요 회원사들의 후임자에 대한 의견을 모아 추대하는 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한다. 허 회장은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상태다.

말 많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 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이승철 상근 부회장의 퇴진 문제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현 전경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 부회장이 전경련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서는 전경련 내외부에서 반발이 적지않다.

언론계 출신으로 과기처 장관을 지낸 김진현 전 장관이 전경련 쇄신안을 마련하는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더니 없던 일이 됐다. 그만큼 전경련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시국에서 차기 회장을 대기업 오너 중에서 선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외부인사 영입 방안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구원 투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등이 거명되지만 본인들은 부인하거나 말을 아낀다.

윤 전 장관은 전경련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역협회장과 경총회장도 공직자 출신이 맡고 있다”며 전경련 회장직에까지 공직자였던 자신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과거에도 국무총리를 지낸 고 유창순 회장이 1989~1993년까지 회장을 맡아 연임한 적이 있다. 이때도 5공비리 청문회로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나갔다.

전경련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유 전 회장은 이어 무역협회장에 선임됐다.

▲ 사진=뉴시스

경제 5단체의 하나로 노사문제를 다루는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회장 선임이 난항을 겪자 2015년 2월 처음으로 관료출신인 박병원 회장을 추대했다. 박 회장은 재경부 차관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맡기도 했다.

박 회장은 최근 열린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비판했다. 정치권이 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재원을 들여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기 있는 쓴소리라는 평이 뒤따랐다. 스스로도 용기를 내어 한 발언이라고 했다.

김인호 무역협회장도 정치권이 기업경영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남발하고있다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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