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 선진 자동차 산업 만드는 귀중한 계기로 삼아야 미래 보장돼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인 달걀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단이 나 식탁의 안전까지 위협하니 걱정이다. 아울러 우리 자동차 공장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이 발생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으니 제조업 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다.

작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들을 1000만 마리 훨씬 넘게 매몰 처분하면서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은 먹기 힘든 '금달걀'이 되고 지금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나와서는 안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고 일컬어지는 달걀의 수난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제조업 고용의 11.8%, 생산의 13.6%, 수출의 13.4%를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염려가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고질적인 노사분쟁까지 겪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 역시 노사가 합심해 조금씩 양보한다면 풀어갈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재앙을 피해 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들 두 사건의 본질은 절제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이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선에서 달리는 인간 탐욕 열차'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우선 살충제 달걀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정부가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보니 1239개 농가 중 49개 농가에서 금지 성분이나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가운데 친환경 농장(전체 683개 농장)이 31곳이며 일반 농장(전체 556개 농장)이 18곳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달걀 값이 40% 이상 비싼 친환경이나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농장 적발 건수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반 농장은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를 썼을 경우 적발되지 않을 수 있으니 소량이나마 살충제를 쓴 일반 농장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더 비싸지만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의미에서 인증을 내준 친환경 농장들이 다수 포함된 것은 불신을 넘어 씁쓸함을 남긴다. 아무리 자본주의 논리가 팽패하고 AI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상도리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관리 감독도 않을 것이면서 인증을 남발해 소비자 부담만 늘어나게 하고 업자의 도덕적 해이만 부추기는 것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개선해 조치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 농장들이 키우는 닭들이 A4 크기도 안되는 밀집된 환경에서 대량 사육되면서 인간을 위한 경제도구로 전락하고 이게 AI가 빈번해지는 원인이 되며 내성이 생기는 해충이 발생해 살충제가 범람하고 식탁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농업 정책에도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할 듯하다. 가축에게도 최소한의 삶의 공간과 살 만한 환경을 제공한다면 AI나 해충의 공격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농피아(농업계 관료조직) 출신들이 온통 유관 기관이나 민간 조직을 장악한 속에서 사건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는 소리도 나오니 그 비리도 들춰낼 필요가 있다. 지금껏 (생계형도 있겠지만) 탐욕에 젖은 농장주들의 도덕적 해이나 관료-민간조직의 만연한 유착 관계나 청탁 관행에 대해 엄중하게 질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올해 역시나 봄에 시작된 협상과정이 지난해지면서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에 이르도록 매듭을 못 짓고 파업에까지 이르고 있다.

알토란 같은 산업에서 우리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훨씬 넘는다는 고소득 사업장들에서 매년 더 많은 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쟁 업체인 도요타 자동차나 폭스바겐 근로자들은 회사의 위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자부심을 갖는다는데, 우리 자동차 산업의 근로자들은 그런 걸 조금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의 연간 평균 임금은 지난해 9213만 원에 달했다. 이는 웬만한 근로자 임금의 두 배에 달하는 고소득에 속한다. 이에 비해 일본 도요타는 852만 엔(약 8790만원), 독일 폭스바겐은 6만2654유로(약 8396만원)에 그쳤다. 임금만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국내 완성차 5개사가 평균 12.2%, 현대-기아차가 13.09%에 달하는 반면 독일 폭스바겐 9.5%, 일본 도요타는 7.8%(2012년 기준)에 그쳤다. 이에 비해 차를 만드는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져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고 영업이익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번에 정부는 현대차의 파업 사태를 비롯해 자동차 산업의 노사 협상 관행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수술을 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노사 관행으로 넘겨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매년 노사 임금협상의 교섭일수가 세계 최장이고 임금 인상률 및 파업일수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살충제 달걀이나 현대차 파업을 지켜 보면서 친환경 농업, 선진 노사 시스템이라는 비전을 정착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식탁의 안전이 보장된 한국의 농업이나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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