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최초의 '드림팀'에는 있는 것, 지금은 없는 것이 무언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야구 국가대표팀이 간혹 ‘병역 브로커 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칭을 얻을 때도 있지만, 한때는 이를 드림팀이라고 불렀다.

‘병역 브로커’는 국가대표가 선수들의 병역면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팬들의 불만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초로 국가대표를 구성한 1998년에는 이를 ‘드림팀’이라고 불렀다. 꿈에서나 볼 만한 팀이 나타났다는 팬들의 기대가 반영된 말이다. 이때도 선수들의 병역면제 성격이 있기는 했다. 박찬호가 이때 멤버로 첫 경기 대만전과 결승 일본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드림팀이라는 명칭의 효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농구다. 미국이 NBA 출신선수들로 사상 처음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만든 이름이다.

이때 최절정기를 누리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 스코티 피펜, 존 스탁턴 등이 1980년대의 전설인 35세 래리 버드 등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다.

경기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미국의 승리와 금메달 획득은 이미 관심도 아니었다. 상대팀이 과연 어디까지 점수를 좁히느냐, NBA 수비를 상대로 어떤 모습으로 득점하느냐가 더 관심이었다.

미국 농구 드림팀은 첫 경기 앙골라에 116대48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결승전에서는 117대85로 크로아티아를 제압했다.

점수만 보면 싱겁기 이를 데 없는 결과지만, 드림팀의 출현은 1990년대 NBA 인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의 한국 야구대표팀도 비록 규모는 이에 못 미쳐도 드림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첫 경기 대만전, 마지막 경기 일본전을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긴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프로야구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이 유일하게 알루미늄 배트를 쓴 대회였다. 그 때문에 한국 선수들의 타구는 빚 맞아도 넘어가는 공포의 공격력을 과시했다.

사상 최초 프로야구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니 팬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국제 야구대회에서 번번이 일본 대만에 발목 잡히던 것을 말끔히 설욕했다. 올림픽 농구에서 미국이 매번 소련에게 패배하던 것을 NBA 드림팀이 설욕한 것과 비슷했다.

국제 야구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히 컸다. 아무리 아마야구팀이지만, 일본야구가 한국에게 콜드게임패한 것은 일본 프로야구계의 분발을 초래했다. 이제 자신들이 나서야겠다는 국가적 책임감을 갖게 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일본도 당대 최고포수 후루타 아쓰야와 괴물신인 마쓰자카 에이스케 등 핵심 프로야구 선수들을 차출했다. 그러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또 다시 한국에 패했다. 마침내 일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전원 프로야구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 2018년 아시안게임 한국야구 대표팀의 선동열 감독. /사진=뉴시스.


1998년의 한국야구 드림팀은 그해 닥쳐 온 외환위기의 시름을 덜어주는 청량제 가운데 하나였다.

1992년 NBA 드림팀으로부터 시작해서, 프로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국가대표팀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것만 지키면 나머지 목표는 모두 뒤따라온다.

바로 해당 스포츠산업의 ‘흥행’이다. 돈 버는 것이 목적인 프로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는데 이보다 더 큰 동기유발 요인도 없다.

구단도 리그의 인기와 상업적 규모를 더욱 확대시켜줄 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기꺼이 선수차출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야구의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다. 이 대회는 출전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은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 출전한 일본에 8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서 KBO리그의 흥행에 더욱 큰 힘을 보태줬다.

흥행을 일으키는 비법은 간단하다. 드림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팬들에게 ‘이런 팀이 탄생하다니’라는 감동을 줄 만한 드림팀을 만들면 된다. 1998년의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병역혜택은 이렇게 드림팀에 선발되는 선수들에게 약간의 조미료 같은 효과를 주는 차원에서 쓰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미료에 그쳐야 할 병역혜택이 유일한 목적이 돼서 국가대표팀을 만들게 되면, 이런 건 드림팀이 될 수 없다.

‘은메달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 건, 팬들이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어 했던 드림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팀이 앞으로 리그 흥행에 보탬을 줄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프로야구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야구다.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상업적 동기를 완전히 저버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지금 국가대표팀에 대한 논란의 또 다른 측면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