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출급증, 이미 성장견인 중...정부는 4% 아닌 민생으로 평가받아야
정부는 국민 눈높이의 부동산, 일자리, 보건, 교육 대책 등 구체적 추진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주 한국정부 핵심 인사들은 "한국의 올해 4% 성장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4% 성장에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4% 성장을 언급했다.

4% 성장?, 물론 매우 중요하다. 크로나 이전의 경제상황으로 가려면 그 정도 성장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절대적인 경제회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많은 국민들에겐 4%라는 숫자보다 더 절실한 게 있다. 바로 민생 회복이다.

4% 성장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작년 추락한 수준 대비 성장률에 불과하다. 한국의 성장률은 지금 기업들의 수출 급증 덕분에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국민들에겐 ▲부동산 문제, ▲청년 등의 심각한 일자리 문제, ▲심각한 보건 위기 및 자영업 위기, ▲교육 위기와 같은 난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더욱 절박한 문제다. 게다가 한국이 올해 4%대 성장을 한다고 해도 이는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한해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만큼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많은 국가들이 올해엔 급성장을 기대한다. 작년 경제가 워낙 바닥으로 추락했기에 올해 경제활동만 재개되면 성장률 회복이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비단 한국정부 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1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종전 전망치 대비 0.9%포인트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KIEP 측은 "올해 하반기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수출입 컨테이너기지. /사진=뉴시스
경기도 수출입 컨테이너기지. /사진=뉴시스

KIEP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5.9%인데 한국정부는 지금 4%대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4% 성장을 아무리 부각시켜도 그건 올해 세계 평균 성장률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설령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작년의 기저효과를 딛고 크게 높아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고 치자. 그럼 코로나19가 닥치기 직전인 2019년 한국의 경제는 양호했는가. 코로나 이전에 한국의 일자리, 부동산 문제 등 민생 걱정이 없었는가. 그때도 부동산 문제는 심각했고 경제악화 이슈가 불거졌고 일자리 문제 또한 심각해 추경 등으로 처방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글로벌 주요 기관 및 경제전문가들은 설령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각국 경제가 급성장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을 것으로 점치고 있기까지 하다. 당장 KIEP 측은 "지금 세계 경제는 상당히 빠르고 인상적인 회복를 보이고 있지만 불균형 회복 확산과 차별적 정책 경로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유럽중앙은행(ECB) 측 전문가의 입에서도 나온다. 지난주 ECB 수석경제학자 필립 레인은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들) 경제가 회복돼 5~6월엔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며 "유로존 경제가 향후 1년 동안 역동적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내년 봄에나 2019년 GDP 수준을 회복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의 빠른 회복은 작년 경제가 추락한 상황 대비 높은 성장이지 실질적인 경제 회복은 더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성장률이 회복된다고 해도 많은 문제가 남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던 교육, 보건 등 특정 부문의 후유증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공통과제가 되어버린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문제는 한나라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광범위한 이슈"라고 역설했다.

지난주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월러 이사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대에 못 미친 미국의 4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통계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경제체력이 진짜 좋아졌는지를 확인하려면 좀 더 살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높다. 유럽도 올해 급성장을 기대한다. 그럼에도 ECB, FRB 등 글로벌 주요 기관 전문가들은 작년 기저효과에 의한 급성장에 취할 상황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건, 교육, 일자리 등 민생 문제 회복은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KIEP도 불균형 해소가 중요하다고 밝힌다.

한국 역시 '4% 성장'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다급한 건 민생회복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때문에 4월 선거에서 심판받았다"고 했다. 그토록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게다가 청년층을 비롯한 일자리 회복도 요원하다. 코로나 때문에 짓눌린 많은 자영업, 소상공인 삶의 터전 회복 문제도 중대한 이슈다. 국가부채 급증은 우리 국민의 미래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및 금리 상승 우려 또한 커지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커다란 민생 리스크' 요인이 되었다.

4% 성장?, 그건 기업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이 수출 잘하면 이뤄질 수 있는 수치다. 정부가 할 일은 더욱 심오해야 한다. 더욱 세심해야 한다. 더욱 구체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어떻게 늘리겠다" "부동산 불안 어떻게 완화시키겠다" "자영업 일터 어떻게 회복 시키겠다" "우리 교육 어떻게 관리하겠다" 등 민생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보조금 등 돈 지원만으론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다. 또한 암호화폐 피해 우려가 큰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어디인지도 빨리 밝히고 국민안전을 위해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시장 전문지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올 1~3월 세계 총부채가 289조 달러로 1.7조 달러 줄어 2년 반 만에 감소했다는 데 한국의 국가부채, 가계부채 증가는 어떤 의미인가도 곱씹어야 할 이슈다. 더 이상 돈으로 뭘 해결하려 들지 말고 이제 필요한 대책을 마련 시행할 때가 됐다고 본다.

4% 성장을 언급할 수 있는 건 그나마 한국기업들이 분발하며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기업이 수출 등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으니 정부는 민생 회복에 역점을 둬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코자 한다. 민생이 악화되면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국민들은 박수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 국내 주요 경제 관련 기사에 달린 몇 개의 댓글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천만번의 스윙>의 댓글에서는 "하늘아래 대한민국이 두 개 있는가 보다. 한쪽은 용비어천가 부르며 태평성대에 살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살림살이 힘들다고 원망들이 높으니.."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비밀 일기>의 댓글에는 "그 한 개(부동산정책)의 실패가 만개의 성공보다 의미가 큰 거다. 국민이 정치인, 대통령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건 큰 거 없다. 그저 작은 집이라도 내집에서 아이들 커가는 거 보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건데, 그런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없게 만들었기에 실패를 넘어서 분노하는 거다"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한 댓글에서는 "G20국가 평균이 6% 초반이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보다 성장률이 훨씬 더 높다. 4% 성장률 충분히 가능성 있다. 기업들에 대한 외부의 방해만 없다면..."이라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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