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바젤 3‘협약에 따라 글로벌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대폭 강화되고 리스크 관리 또한 지금보다 엄격해져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기업 여신 또한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바젤 3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은행들이 먼저 선제조치에 들어가고 있다. 바젤 3는 한마디로 국제 결제은행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10년 새로 마련한 은행 자본 건전성 강화협약이다.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바젤 3는 그 자체가 살벌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얼렁뚱땅 자본을 확충하는 관행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신 보통주 유지비율을 지금보다 2배이상 늘려 자본의 충실도를 높여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주로 개인에 적용되던 신용등급 별 차등화가 기업이나 은행, 국가간에도 적용돼 은행의 대출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리스크 관리가 아주 철저해 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은행들의 운신의 폭도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리스크 큰 가계대출이 둔화되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도 움츠러들 전망이다. 신인도 나쁜 대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은행들은 과감한 사업확장이나 사업다변화 추진을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상황악화에 대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최근 1만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젤 3 적용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른 유럽계 은행들도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설 태세다.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바젤 3가 시행되면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한국내 영업이 크게 위축돼 한국 지점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외국계는 우려하고 있다.
 
또 기업들은 그들대로 은행 거래가 어려워질 것에 대비, 대규모 투자를 자제하고 현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몸을 낮추면 이래저래 기업들도 자금 압박을 받을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계 은행들도 당장 2013년엔 그런대로 점잖게 넘어가겠지만 2014년 이후에 가면 글로벌 은행들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으로 금융인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바젤3를 의식해 국내 기업과 거래하던 자산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증권사들이 그 거래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젤 3가 은행권만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증권사 등 타 금융기관들은 은행이 거래하지 못하는 자산에 손을 댈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져 반사이익을 기대 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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