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말러 교향곡 4번 하면 우선 떠오르는 지휘자가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이다.

▲로린 마젤은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했다.

도입부가 웅장하거나 신비하기는커녕 슬레이벨 소리와 플롯의 조합으로 시작하는 이곡은 말러가 빈에 입성하고 처음 작곡한 교향곡답게 빈의 정취가 풍기는 선율로 가득차 있다.

마젤이 빈필을 지휘한 음반(1985년, 소니)은 이런 특성을 극대화한 명반으로 꼽힌다. 마젤의 말러교향곡 사이클 연주는 독기부족으로 인기가 없지만 이 4번만은 보석처럼 빛난다는 평이다.

그 마젤이 지난 13일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타계했다. 향년 84세. 마치 4악장 ‘천상의 삶’에서처럼 “우리는 천국의 기쁨을 누리니 세속적인 것은 필요치 않네…”라며 노래부르듯 영원히 포디엄을 떠난 것이다.

마젤은 여느 세계적 거장과 달리 한국과 인연이 깊다.

▲마젤-빈필의  말러교향곡4번 음반
내한공연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지만 특히 2008년 2월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을 지휘, 음악을 통한 평화추구라는 인상을 깊게 남겼다.

오픈닝 곡으로 '애국가'를 연주했고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등을 지휘했다. 앙코르곡으로 '아리랑'을 선보였을 때 공연장이 울음바다가 됐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이 공연은 당시 세계 2억5000명에게 생중계됐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32)의 지휘 스승이기도 하다. 2009년 자신이 미국 버지니아에 창설한 캐슬턴 페스티벌에 장한나를 초대, 지휘 수업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2010년 장한나가 한국에서 지휘자로 데뷔하는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젊은 피아니스트 윤홍천(32)이 올해 말 고인의 지휘로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아쉽다.
마젤은 작년 윤홍천의 데모 음반을 듣고, 오디션을 본 뒤 그를 낙점했다. 이밖에 피아니스트 손열음(28)과 조성진(20), 테너 김우경(37) 등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들과 협연했다.

유대계 러시아인 아버지와 헝가리·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프랑스 파리 근처 뉘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 피츠버그에서 자랐다.

4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에 입문한 고인은 7세부터 지휘를 배우기 시작했다. 1938년 8세 때 아이다호대학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 신동'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1960년 미국 지휘자로서는 최초로 바그너 오페라 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서 '로엔그린'을 지휘하는 등 60여년 간 200여 단체를 지휘했다.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음악 총감독(1965~71)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1965~75)을 비롯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1972~82), 빈 국립오페라 극장감독(1982~84), 피츠버그 심포니 수석지휘자(1986~96),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1993~2002)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쿠르트 마주어의 후임으로 미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뉴욕필을 7년 간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맡아 이끌었다.

2012년 뮌헨필의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그는 2015년까지 이 단체를 이끌 예정이었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오페라 '1984년'을 작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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