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고기 프랜차이즈 등장하고 부재료를 숙성시켜 차별화 한 곳도 많아

▲이바돔감자탕 메뉴 '묵은지감자탕'
[초이스경제 이현경기자] 숙성이라는 말은 ‘충분히 이루어짐’을 뜻한다. 그러나 모든 음식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이루어지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외식시장에서 새로이 주목 받는 이유다.

‘숙성’은 원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원재료의 모양이 크게 변형되지 않는 메뉴일수록 이를 적극 활용하곤 한다. 고기가 대표적이다. 고기, 특히 구워먹는 고기류는 그 어느 식재료보다 씹는 맛을 중요시 하는 메뉴다. 씹었을 때 나오는 육즙도 메뉴 선호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고기는 숙성 과정을 통해 육즙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살릴 수도 있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고기 프랜차이즈도 새롭게 등장했다. 숯불갈비 전문점을 지향하는 더블더블은 ‘숙성 갈비’를 내세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곡물과 뽕나무 추출액 등을 함께 숙성시킨 ‘천연 식물성 과일 발효액 소스’로 천연 감미 효과를 낸다. 이 발효액 소스를 24시간 달여내고, 돼지 갈비와 소갈비살을 48시간 재어 숙성시키는 것이 더블더블의 주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감칠맛을 살리고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연육효과를 낸다.

튀겨내는 고기라도 마찬가지다. 닭고기는 육질의 상태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식재료다. 또한 닭고기는 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비린내가 심하게 날 수 있다. 이 냄새를 빼고 맛을 더하기 위해 케이준 시즈닝을 비롯해 강한 맛의 양념을 사용해 고기를 숙성시키고 옷을 입혀 튀겨내는 경우가 많다. 닭을 통째로 튀겨내는 통닭의 경우는 닭고기 자체의 맛이 더욱 강조되므로 좀 더 세심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오늘통닭의 경우 국내산 채소와 국내산 천일염으로 천연 염지수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화학 첨가제 대신 오랫동안 간수를 빼 쓴 맛을 없앤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통닭은 이를 통해 닭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채소와 천일염을 함께 넣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채소의 고유 성분이 염지수에 녹아 나와 닭고기에 잘 스며들게 된다. 오늘통닭은 24시간 수작업으로 숙성 과정을 진행해 닭고기가 골고루 숙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인 메뉴가 아닌 다른 재료를 숙성시켜 메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도 발견된다. 숙성 과정을 통해 평범할 수 있는 부재료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 메뉴로 재탄생 시킨 경우다.

이바돔감자탕은 우거지와 함께 남도 묵은지를 넣은 ‘묵은지감자탕’을 주력 메뉴로 꾸준히 밀고 있다. 남도식으로 담근 묵은지를 포기째 넣어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묵은지감자탕에 들어가는 묵은지는 최저 1년에서 3년 동안 숙성시켜 맛을 내는 재료다. 배추, 소금, 마늘, 젓갈, 생강 등 재료는 모두 국내산으로 골라 쓰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하누소는 ‘숙성 장아찌’를 내놓는다. 김치 명인으로 이름을 알린 김순덕 명인이 직접 개발한 장아찌류를 직접 개발해 내놓고 있는 것. 더덕 모과효소 고추장 장아찌 같은 경우 2년 이상 숙성된 모과효소로 만든 찹쌀고추장에 더덕과 매실을 버무리고, 다시 한번 숙성과정을 거친다. 하누소 매장에서는 갈비탕, 비빔밥 등 자칫 평범할 수 있는 메뉴에 숙성 장아찌를 밑반찬으로 내 고객들의 눈도장을 받는다. 단독 상품으로 만들어 온라인 몰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물론 숙성 과정은 취사 선택이다. 식재료 특성에 따라 숙성 과정 없이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는 많다. 다만 사람이 꾸미기 나름인 것처럼 숙성 과정 역시 ‘하기 나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지만 매무새를 조금 다듬으면 전혀 딴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재료로, 어떤 맛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보는 것은 외식업을 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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