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은 개별 질환별로 보면 환자수가 적지만 그 종류가 많아 전체 환자규모는 크다. 질환의 희귀성으로 인해 제약사들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치료약 개발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일단 개발하면 대체약이 없어 시장독점권을 갖기 때문에 높은 약값을 매기게 된다.

고가의 희귀의약품이 늘어나면서 전체 약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환자수가 적어 건보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적다고는 하지만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다른 질병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 급여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치료비와 약제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희귀질환자가 보건정책에서 소외돼서도 안 될 일이다. 공적재원을 통해 운용되는 건강보험체계에서 부당하게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희귀질환자에 대한 의료보장과 의료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하는 것은 국가 보건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양적으로 보아 환자수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타당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치료를 받아야할 환자 개인을 포기하지 않는 게 공공의료의 의무라는 소리가 높다. 심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집단에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희귀질환은 6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질환자수로 보면 작지 않은 규모다. 희귀질환자수가 3000만명, 2500만명이 각각 넘는 미국, EU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 희귀질환자수가 100만명이상일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대개 돌연변이에 의해 가족 내에서 처음 발생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합병증 내지 여러 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이들은 대부분 질환을 평생 달고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아 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개별 질환자수가 다른 질병에 비해 훨씬 적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을 급여 및 정책에서 홀대해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의료비, 간병비 등 정부지원 대상 희귀난치성질환은 다발성경화증, 크로이펠츠야콥병 등 겨우 156개 질환에 불과하다. 또 이와 관련된 145개 의약품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있을 뿐이다.

식약청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별도로 심평원의 심사, 협상을 거쳐 보험급여 목록에 등재돼야 하는 것이다. 또 이번 PNH치료제 솔리리스의 경우처럼 초고가 약제임을 감안, 사전승인심사제도를 두기도 한다. 오남용 방지를 고려해 투약 적정성을 판단한 뒤 선별된 소수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되도록 제한하기 위해서다.

보건당국이 쉽사리 급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귀의약품이 워낙 고가여서 현 건보재정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희귀의약품은 독점력이 강한데다 시장에서의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어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제약선진국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다국적제약사들도 최근 경영난으로 연구개발을 축소하는 경향이다. 이런때 정책적으로 지원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출 등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Genzyme사는 고셔병치료제 ‘세레다스’ 한 개 품목만으로 연 8억달러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개발에 3000만달러가 소요됐다고 한다. 희귀질환치료제는 개발비 회수가 불투명한 다른 신약개발에 비해보다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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