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상속세제 개선 건의...기업경영 불확실성 완화 필요"
한국, 22년간 과세체계 미개편...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
상속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자본이득세 전환 등 건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한국이 유일, 폐지 건의
대기업 세부담 편중...가업상속공제 적용 기업 확대 주장
상속세 과세방식, 유산 취득세로 전환해 세부담 낮춰야

서울 도심. /사진=뉴시스
서울 도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유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17일 "최근 정부는 기업의 세부담 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과표구간 축소 등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법인세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속세제 또한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바람직한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방향과 과제를 담은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제 개선 의견'을 지난 8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상속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 확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 등을 주요 개선과제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현재 50%이며, 기업 승계 시에는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하여 과세하는 규정(이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확대된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기업의 경영활력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현재 OECD 38개국 중 절반에 달하는 20개국이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며 "나머지 18개국 중에서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가 적용될 경우에는 최고세율 6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또한,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지속적으로 커져, OECD 평균의 약 1.5배(2019년 기준 한국 1.07%, OECD 0.7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전경련은 "상속세는 소득세를 과세한 후 축적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는만큼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이 모두 높은 국가로,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인한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상속세 세율 및 과표구간은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22년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사회 구조 등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 본부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투자, 일자리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수단임을 인식하여, 이제는 세율 등 과세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할 때"라고 강조했다.

먼저, 전경련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기업승계 지원을 위해 직계비속에는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속인과 피상속인 관계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대 60%(최대주주 할증평가 시)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은 "단기적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은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한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는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식 가격에 반영하기 위함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을 위한 할증률의 적정 수준은 기업의 경영실적과 대외 위험도, 성장잠재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개별 기업·상황별로 상이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지금처럼 20%의 일률적인 할증률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은 "현재 OECD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최대주주 주식에 일률적으로 할증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률적인 최대주주 할증 평가 규정을 폐지할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경련에 따르면 현행법에서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재산을 일정 한도로 과세대상에서 공제(이하 '가업상속공제')해주고 있다.

전경련은 "가업상속공제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 데다 최근 세제개편안 발표로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 및 공제 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 편중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전경련은 "단순히 기업규모가 크다고 해서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한다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며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추가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상속하는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상속세를 과세하는 OECD 국가(23개국) 중 이러한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국가는 4개국(미국, 영국, 한국, 덴마크)에 불과하며, 나머지 국가들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경련은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상속분과 무관하게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응능부담의 원칙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유산 취득세 방식은 상속재산을 분할한 후 각자의 상속분에 대해 과세하므로 납세자의 조세부담 능력 측면에서 공평한 과세 방식"이라고 전경련은 부연했다.

또한, 전경련은 "유산 취득세 방식은 재산을 분할할수록 세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부의 분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속세 과세취지에 조금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경련은 "현행 유산세 과세방식을 해외 주요국들과 동일하게 유산 취득세 과세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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