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등 중국 IT기업들 추가사업 확대 검토
미국 아마존 등도 올 들어 싱가포르 사업 확장
싱가포르, 지정학적 중립성 · 중국 봉쇄 '반사이익'
싱가포르 오피스 임대료,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글로벌 경기부진 · 인플레이션은 지켜볼 요인

싱가포르 시내.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싱가포르 시내.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싱가포르 오피스 빌딩 임대료가 코로나19 위기 발생 이후 처음으로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 수준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주된 배경은 중국 기업에 의한 싱가포르에서의 사업 확대 추세에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글로벌 부동산회사인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올 들어 오피스 근무가 재개되는 한편, 중국에서의 도시봉쇄와 홍콩의 엄격한 규제 등을 배경으로 외국 기업들이 사무실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의 고급 오피스 임대료는 4~6월 1평방피트당 월 10.74싱가포르달러(약 7.7달러)로 올랐다.

JLL의 데이터에 따르면, 임대료 상승률이 전기 대비 2.7%로, 5분기 연속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JLL의 한 아시아 담당자는 "올해 안에 11싱가포르달러에 이르고 2026년까지 25%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4~6월기 임대료는 직전 최고 수준인 2019년 말 10.81싱가포르달러에 0.6%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아시아 금융센터 경쟁자인 홍콩, 도쿄 등에 비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형 패션기업 쉬인(SHEIN)이 지난 1분기 싱가포르 고급 오피스빌딩 임대 계약을 체결해, 창업자를 비롯한 다수의 직원들이 싱가포르로 이사하는 등 중국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제시했다.

최대 중국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 그룹도 2020년 싱가포르 중심부에 있는 고층 오피스 빌딩의 권리지분 50%를 취득해, 이 회사의 국제 본사를 둘 예정이다. 지난달 승인된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이 타워가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고층 빌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중국 IT기업들도 싱가포르에서의 추가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관계자들을 통해 이 매체는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세율이 낮고 법의 지배가 철저하며,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이어서 예전부터 외국 기업에 있어서 아시아 본사를 두기 위한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에 팬데믹 하에서 중국 대륙의 각 도시에 록다운(봉쇄)이 행해지고 홍콩에는 엄격한 제한이 가해지자,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기업이 급증했다고 영국 부동산 대기업 산하 나이트프랭크 싱가포르의 한 담당자는 이 매체에 피력했다.

미-중 간에 관세전쟁이 일어나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싱가포르의 중립성이 한층 높게 평가받게 됐다. 이 담당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임대료는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아마존닷컴은 올 들어 싱가포르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유럽의 여러 자산운용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싱가포르에 대한 주목도의 고조는 부동산 투자 시장에도 파급되고 있다. 미국 MSCI에 따르면 4~6월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 총액은 74% 증가한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MSCI의 아시아 상업 부동산 조사 부문 담당자는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다른 관문(게이트웨이) 도시에 비해 복원성이 높다"고 이 매체에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전망이 악화되면서 싱가포르의 오피스 임대료도 고점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 동안 싱가포르 대형 임대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IT 기업들은 올 들어 시가총액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인력을 해고하고 있다.

JLL의 한 담당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다수의 기업이 싱가포르에서의 사업 확장에 의욕적이라는 강력한 바람이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그 추세 조정에 들어가면서 강세 확장 노선에는 조금 신중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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