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주요국 신약 개발현황 비교 및 시사점' 발표
韓, 5년간 FDA 승인 first-in-class 신약 0개...주요국에 뒤떨어져
日, AI·빅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에 투자 · 中, 의료데이터 개방 정책 펼쳐
美, AI·빅데이터 활용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 · 유럽, 정부 정책지원 중점
한국, 국민 건강보험 가입 강점...빅데이터로 시간·비용 절약할 수 있어
전경련 "신약 관련 빅데이터·전문인력 확보 필요...정부 맞춤정책 필요"

제약 연구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제약 연구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유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1일 "한국의 제약산업 경쟁력이 주요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기술에서 주요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한국과 주요국 간 신약 개발현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이 부족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맞춤 정책지원 및 신약 개발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제약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성장해 향후 5년 뒤 전 세계 시장규모가 1.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산업이다. 제약산업의 주요 분야인 신약 개발은 주로 미국 및 유럽과 같은 서구권 국가가 선도하고 있다. 미국 FDA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이 66개, 유럽이 25개 first-in-class 신약 개발 승인을 받아 전체 신약 개발(102건)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이 6개, 중국(홍콩·대만 포함)이 2개의 first-in-class 신약 개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신약 개발 승인 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한국은 주요 경쟁국 대비 신약 개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 수준은 최고 선두주자인 미국의 70% 정도에 불과하며, 약 6년 뒤처져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 투자를 시작한 중국도 미국 대비 75% 수준으로 한국보다 높은 신약 개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전경련은 "신약 개발 관련 일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초과학 분야에 있다"고 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초과학 분야 강국이며, 제약산업 기반인 생리의학 분야에서 5명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전경련은 상기했다. 또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의료기반법을 제정해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 중이라고 했다. "일본은 2018년 AI·빅데이터 기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산하 이화학연구소 주도로 1100억 원 규모의 산학연 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99여 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이 컨소시엄에는 NEC·후지쯔와 같은 IT업체, 다케다·아스텔라스·에자이 같은 제약사, 교토대와 같은 연구기관이 참여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이 일본의 신약 개발 성과로 이어졌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전경련은 "중국의 경우도 다국적 제약기업의 자국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 다국적 제약회사와 설립한 합작법인의 중국 측 지분이 51% 이상일 경우 의료데이터를 전면 개방해 신약 개발과정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 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10억 명 이상의 시민으로부터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집할 수 있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데이터 개방 정책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중국으로 진출 시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또한 전경련은 "세계 제약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강국인 미국은 국가 차원의 AI 신약 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개발과정에서 AI·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는 평균 10.7년 걸리던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시키는데(모더나 11.4개월, 화이자 10.3개월) 성공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AI를 활용한 백신 개발 경험은 과정이 유사한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전경련은 "미국은 이미 2017년 1월부터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제약사 등이 참여하여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인 ATOM을 시작했다"며 "민간에서도 구글이 거대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2019년 9월부터 AI 신약 개발을 위한 Innovation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유럽에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약산업 강국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했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1개 기업의 매출 규모가 한국 100대 제약사의 총매출액보다 높다"고 했다. 특히, "제약 강소국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의 2021년 매출액은 690억 달러로 한국 100대 제약사 총매출액(254억 달러)의 2.7배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전경련은 "스위스 등 유럽의 제약 강소국은 정부 정책을 통해 제약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며 "스위스는 바젤지역에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해당 지역 내 제약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 강소국 벨기에는 R&D 인력에 대한 원천징수세 및 특허세를 최대 80%까지 면제하고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장려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는 바이오인큐베이터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전경련은 "한국의 경우 주요 경쟁국 대비 최대 강점으로 5000만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이고, 청구 데이터가 신약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식약처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고, 약 1조~2조 원을 투자해야 하며, 후보물질 발굴에만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개발기간은 평균 3~4년으로 단축되고 비용도 6000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확인하기 때문"이라며 "AI는 인간 수십 명이 수개월 동안 1000여 편의 논문을 읽어야 겨우 10여 개를 찾아낼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단 하루 만에 찾아내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전경련은 "2020년 초,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개인정보 처리 방식으로 가명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정부가 지난 6월 보건의료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임상데이터 네트워크(K-CURE)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한국은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양질의 의료데이터에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신약 개발 시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AI·빅데이터 기술을 갖춘 동시에 신약 등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또한 전경련은 "미국 FDA와 같이 의료 심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신약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규제 자문 지원, 신약 심사 및 허가 소요 기간 단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확인했듯 우수 전문인력과 AI·빅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최대 강점인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빅데이터·의료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맞춤형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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