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제품 중 26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가격경쟁 없어"
"26개 제품,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다른 소비자그룹 직면"
"대형마트 규제보다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 직접 지원 필요"

서울 시내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1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중소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사이에는 경쟁 정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이용하는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마트 정책도 대형마트영업규제 보다는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 직접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강원대 정회상 교수에게 의뢰한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 서울시의 경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2월 동안 서울시 소재 유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32개 제품의 가격 자료와 공간자기회귀모형을 이용,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관계를 분석했다. 또한 인접한 유통업체들에서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렸을 때, 특정 유통업체에 어떠한 가격 대응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대형마트-대형마트, 중소슈퍼마켓-중소슈퍼마켓, 대형마트-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32개 제품 중 24개의 경우 대형마트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중소슈퍼마켓과 가격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4개 각 제품이 같은 규모의 유통업체 간에는 대체재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32개 제품 중 26개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가령, 특정 중소슈퍼마켓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A라면이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해당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아, 서로 독립재 관계에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이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입 시기나 목적 또는 수량 등에 따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서로 다른 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보기 때문"이라며, "대형마트는 가끔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중소슈퍼마켓은 빈번히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각각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회상 교수는 "지난 2012년 도입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며, "만약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 간 경쟁 정도가 낮다면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의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업규제는 자칫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침해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최근 OECD 국가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진입과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됨에 따라 매출과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나아가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을 규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