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대출 5가지 부실징후 제시 및 대응방안 제시
대출급증, 상환능력약화, 변동금리쏠림, 취약업종쏠림, 비은행대출쏠림 심각
전경련 "기업대출 급증했는데 상환능력은 악화, 대출 구조도 취약"
전경련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법인세 경감 등 긴급 조치 필요"

은행 대출 창구.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은행 대출 창구.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31일 "국내 기업들의 대출에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최근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가운데, 또 다른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될 위험이 있는 만큼 유사시 기업 유동성을 확충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기업 대출의 부실 징후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기업대출, 기업들의 대출 상환능력 악화,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 부동산 등 취약업종으로의 대출 쏠림현상, 비은행기관을 통한 대출 비중 증가 등 5가지 요인이 문제"라며 "대응책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법인세제 개선을 통한 세부담 경감 등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업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 10년간(2009~2019년 말)은 기업대출이 연평균 4.1% 증가한 데 비해, 팬데믹 이후 현재(2019년 말~2022년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12.9%에 달했다. 그 결과 기업 대출금액은 2019년 말 976.0조원에서 현재(2022년 상반기) 1321.3조원으로 2년 반 만에 345.3조원(35.4%)이나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전 10년간 증가한 대출(324.4조원)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출금액 자체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상환능력도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DSR을 통계확보가 가능한 주요국(총 17개국)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을 제외한 16개국 기업들의 DSR은 팬데믹 이전(2019년) 평균 41.1%에서 현재(2022년 1분기) 40.6%로 0.5%p 감소하면서 상환능력이 개선됐다. 반면 한국기업들의 DSR은 동기간 37.7%에서 39.7%로 오히려 2.0%p 높아지면서, 상환능력이 악화됐다.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Debt Service ratio)이란 소득 대비 부담하는 원리금 비율을 말하는데 DSR이 높을수록 부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취약함을 의미한다. 한국과 비교한 16개국은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독일, 미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캐나다, 호주 등이다.

전경련은 "현재 우리의 기업대출 상황을 보면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올해 9월 현재 대출 잔액 기준으로 기업 10곳 중 7곳 이상(72.7%)이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고, 고정금리 대출은 10곳 중 2∼3곳(27.3%)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취약‧경기민감 업종 대출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도 문제"라면서 "대출집중도 지표를 통해 기업 대출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취약 업종‧경기민감 업종인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대출집중도가 각각 2.8과 2.1, 2.0으로 나타나 GDP 비중 대비 가장 많은 대출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부동산 경기 경착륙과 내수 위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들 업종에서의 대출 부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하 비은행기관) 대출 비중 증가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며 "기업대출을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예금은행과 비은행기관을 통한 대출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기관의 대출 증가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2019년 말 이후 현재(2022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기준 예금은행은 10.9% 늘어난 데 비해 비은행기관은 27.5%나 증가했다"면서 "그 결과 전체 예금취급기관 중 비은행기관을 통한 기업대출 비중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7%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기업 대출 부실화 방지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법인세제 개선을 통한 기업 세부담 경감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우선 최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면서 "작년 7월 0.5%였던 기준금리는 1년 3개월 만에 2.5%p가 인상되어 10월 현재 3.0%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2000년 이후 4번의 금리인상 기간 중 가장 빠른 속도"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의 추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전경련은 "세부담 경감 이슈와 관련해서도 현재 국회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 세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세부담 경감은 기업의 잉여소득을 간접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경제위기시에는 자금사정 압박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금융방어적 수단이기 때문에 정부 세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가 금리가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 신용경색 등을 겪었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 금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불어나는 상환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추 본부장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세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유사시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도 사전에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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