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10곳 중 9곳, 자금사정 6개월 이내 개선 難望
전경련, 매출 1000대 수출기업 대상 자금사정 인식조사
자금조달 개선...당분간 개선 어려워(42%), 내년 3분기 이후(48%)
응답기업 29%가 전년 대비 자금사정 악화…원활(18%)보다 많아
자금조달 애로 1위 '은행 대출'(43%), 악화요인 1위 '금리 상승'(55%)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기업부실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25%)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뉴시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5일 "국내 수출기업의 3분의 1 가량은 작년에 비해 올해 자금사정 악화를 겪었으며, 현 자금조달 사정이 향후 6개월 이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기업을 대상(100개사 응답)으로 실시한 '자금조달 사정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이 향후 6개월 이내에 자금조달 사정이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조달 상황 개선 시점에 대한 질문에서는 자금조달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응답이 42%를 차지했다. 이어 내년 4분기(25%), 내년 3분기(23%) 순이었다. 반면 내년 상반기 안에 자금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비율은 10%(내년 1분기 7%, 내년 2분기 3%)에 불과해 현 자금조달 사정이 단기간 내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대비 현재의 자금조달 사정에 대한 질문에는 조사대상 기업의 29%가 악화됐다고 응답해, 원활하다는 응답(18%)보다 11%포인트(p)나 높았다. 특히, 철강(50%)과 일반기계(44.5%), 자동차(33.3%) 업종은 전년 대비 자금사정이 악화된 기업의 비중이 전 업종(29%)보다 높았다. 이들 업종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침체,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등 경영환경 악화에 대출 금리까지 계속 오르며 자금조달 부담이 특히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금조달 방식은 은행 대출(43.4%), 내부자금 조달(21.4%), 회사채 발행(14.3%), 정부 지원금(14.0%)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이 현 자금조달 상황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은행 대출금리 상승'을 지목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급격한 금리상승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실제로 기업의 대출금리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10월 기업 대출금리가 5.27%로 유럽 재정위기였던 2012년 9월(5.3%)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대출금리 상승폭도 0.61%p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상승폭 2.46%p) 이후 가장 가팔랐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어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태도 역시, 보수적인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말까지 기업들이 체감하는 대출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적인 미국-한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국내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금리인상 속도 조절'(25.0%)을 가장 많이 꼽았고 뒤이어 '정책금융 지원 확대'(18.3%), '장기 자금조달 지원'(18.0%)도 주요 과제로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단기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고 기업대출 금리 상승폭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황에서 금리‧환율‧물가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내외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자금경색에 놓인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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