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집값 14% 상승...홍콩, 시드니 등과 대조적
공급물량 감소 속, 임금상승 · 중국인 진출 등 수요 강해
전문가 "싱가포르 경기 침체 땐 집값이 지지역할 가능성"

싱가포르 도시 전경.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싱가포르 도시 전경.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주택 시장이 세계 곳곳에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예외적인 존재로 싱가포르가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회사 나이트프랭크가 공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싱가포르 거주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각각 7%와 4%의 하락을 기록한 홍콩, 시드니 등 주요 도시와는 대조적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세계 금융센터 지역들의 부동산은 전반적으로 수년간 괄목할 만한 가격 상승을 겪은 뒤 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휩싸여 있다.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싼 홍콩 집값은 올해 말까지 2021년 수준 대비 최대 30% 떨어질 것으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팀은 전망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정반대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주택 추진책이 주효했던 이 나라에서는, 2021년 시점에서 주택 소유율이 90%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2017년 이후 실질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약 20%를 보였으며, 고용도 확대돼 많은 가정이 더 높은 등급의 주택으로 옮겨 사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코로나19를 둘러싼 혼란 탓에 신규 주택의 순공급 물량은 지난 10년 평균을 밑돌고 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공급이 계획된 주택 중 실제 건설작업에 들어간 비율은 78%로 전년 동기 90%보다도 떨어졌다.

건설 가구수의 부족은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는 강한 채로 남아 있다. 그 원인으로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싱가포르로 돌아오고 있고, 이 나라의 비거주자 인구는 코로나19 사태 전 168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인 부자들이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 정책을 우려해 중국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한 장소로 자산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싱가포르에서 판매된 고급 분양 아파트 425채의 약 20%를 중국인들이 사들였다. 중국이 입출국 규제를 풀고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를 허용하면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매체는 제시했다.

이런 흐름은 싱가포르 경제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조정을 겪을 경우, 완충 장치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싱가포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3%에서 2.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나이트프랭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이 나라의 집값이 최대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주택 붐은 앞으로 1년 안에 경제를 강타할 난기류를 극복할 수 있는 튼튼한 발판 역할을 하게 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