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월 통화 공급량 전년比 1.4% 감소...1960년 이후 첫 감소
인플레이션 억제 위한 통화 긴축 효과 본격적으로 나타나
유럽에서도 1개월 감소율, 유로 도입 이후 최고치 기록
매체 "돈, 즉 통화량의 감소는 시장에 여러 역풍 안길 수도"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세계적으로 '돈(통화 공급량)'이 역사적인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돈은 전년 동월대비 감소했으며, 유럽에서도 1개월의 감소율이 유로 도입 후에 최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로 통화 긴축에 나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했다. 과잉 유동성이 가격을 끌어올려 온 금융시장 등에 대한 역풍은 거세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추진해 온 급격한 금리인상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국 돈의 양이다. 미 연방준비이사회(FRB)에 따르면 돈의 양을 나타내는 통화 공급량(M2, 현금 예금 및 소액 정기예금, 개인머니마켓펀드 등 포함)은 2022년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월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감소는 1960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통계와의 연속성은 없지만, 미국의 M2가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것은 1930년대 대공황 등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 국한돼 왔다. 최근에 돈이 줄어들고 있어 생기는 충격은 전례 없는 파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도 M2(계절조정치)가 전월 대비 0.4% 감소해 유로화 유통이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집계에서는 가장 최근인 2022년 11월에, 보다 좁은 의미의 통화인 M1(현금 예금 등)이 198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미 전월대비로는 감소로 돌아섰다.

"다양한 상품에서 인플레이션율 저하의 착실한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하커 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말했다. "그는 금융 긴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견해를 확실히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율의 급등은 자금의 팽창이 가져온 측면이 있다.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멈춰선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양적 금융 완화에 더해 이례적인 현금지급에 나서면서 유통되는 돈이 급팽창했다. 결과적으로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돈(통화량)의 축소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세계 돈 증가에 6분기 정도 늦게 물가상승이 나타났다고 지적한 뒤 "돈과 인플레이션율의 관계성이 유지된다면 2024년 초까지 인플레이션율은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돈의 감소가 시장의 역풍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회사(티 로우 프라이스)의 한 최고투자책임자는 "패시브 상품 인기와 과잉 유동성이 주가지수의 PER(주가수익비율)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에 지적했다.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퀵•팩트세트에 따르면, S&P 500 주가지수의 PER는 최근들어 18배대로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 기록한 최고점인 24배대에서는 낮아졌지만, 과거 20년의 평균(15배대)과 비교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돈의 감소라는 부담이 커지면 PER 저하를 통해 주가 조정 국면이 강해질 수도 있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과 암호자산(가상화폐), 부동산 등 폭넓은 투자자산 시장이 넘쳐나는 자금의 유입을 받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치솟았던 고급 시계 중고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고급 시계 전문 온라인 시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기업인 독일 크로노24가 인력 감축에 압박을 받는 등 이미 일각에서는 자금 축소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으로 여전히 연준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2%를 크게 웃돈다.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 과열된 금융시장을 억제하면서도, 향후 경기가 지나치게 얼어붙는 과잉긴축을 피하면서 물가억제 효과를 가늠하는 시기로 옮겨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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