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美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의 문제점 및 대응' 보고서 발표
시설접근허용, 초과이익환수, 상세회계자료제출, 中증설제한은 독소조항
상호주의 입각한 형평성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요건 마련해야
국내 생산시설 투자 유인 위한 국내 투자환경 개선도 필요
한경연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법 요건 완화 논의 필요"

작년 8월 '칩스 플러스' 법안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작년 8월 '칩스 플러스' 법안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4일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의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특히 보조금 신청요건 중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 4대 독소조항이 문제"라며 "한미 협력을 통한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이날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의 문제점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에서는 최대 25% 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한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이 발효되었으며, 이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미국에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을 공개했으며, 보조금 신청 기업에 대해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타당성, 인력 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390억 달러(약 50조 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 달러(약 17조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경연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요건 중 4대 독소조항으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을 꼽았다"면서 "우선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요건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으로, 첨단시설인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 보고서는 또한 초과이익 공유에 대해서도 "미국은 1억 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발생시킬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두었다"면서 "이는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하는 것일 뿐더러 투자에 대한 경제성 하락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인 만큼 기업이 납득하기 어렵고, 사업의 예상 현금흐름과 수익률 등의 자료 제공시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보고서는 "그중에서도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건은 재무자료뿐만 아니라 주요 생산 제품,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원료 등의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반도체 생산 관련 자료, 원료명, 고객정보 등의 영업 비밀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은 10년간 우려 대상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규정으로,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 제한으로 인하여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존 중국 공장의 생산성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한경연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경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생산시설 투자시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인하여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건이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하여 양국의 상호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으며, 초과이익 환수, 가드레일 조항 등 관련 세부규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하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합의된 수치',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다', '특정 조건을 제외하고' 등 보조금 요건에 포함된 정의, 예외, 단서조항 등을 활용하여 국내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반영되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강조했다.

한경연은 아울러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세제혜택 제공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 R&D·시설투자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등을 확대하여 자국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해외로 쏠리면 국내 투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경연은 "최근 한국도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경쟁국 수준의 지원 기반을 마련하였으나, 법인세의 경우 1% 인하에 그쳐 OECD 평균인 2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또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의 경우 올해만 한시적으로 초과 투자액에 대해 10%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때문에 적용기간 연장을 통해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여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반도체 투자로 이어져 양국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양국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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