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노력 약속에도, 수익성 높은 석유 · 가스 등에 투자
JP모건 · 씨티 등 미국 은행들, 화석연료 투자 28% 차지
일부 전문가 "화석연료 투자 즉시 철수 땐 시장에 큰 충격"

씨티은행 뉴욕 사무실. /사진=AP, 뉴시스
씨티은행 뉴욕 사무실.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글로벌 은행들은 일찍이 지구환경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면서도, 지난해 화석연료 생산능력 확대에 거액의 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기후변화 위기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고 CNN이 보도했다.

기후문제와 금융부문의 관계를 놓고 여러 비영리단체가 작성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이 화석연료업계에 지난해 제공한 자금은 6730억 달러다. 이 가운데 석유, 가스회사는 4조 달러의 이익을 냈다.

자금 내역을 보면 캐나다 금융기관 비중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지배적인 곳은 미국 금융기관으로, 화석연료 투자 전체의 28%를 차지했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구온난화 대책의 국제적 규범인 '파리협정'이 조인된 2016년 이후 누계 화석연료 투자액이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씨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화석연료 투자 상위 5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의 화석연료 반대 캠페인 한 담당자는 성명에서 "대형 미국 은행은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 제로로 만들겠다는 자신들의 계획을 중단하고, 보다 강력하고 단호한 금융규제를 해당 기업에 적용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지속 불가능한 화석연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석유, 가스 업체들의 실적은 최근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일어나는 가운데, 물가는 급등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재정의 안정성에는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월 발표에 따르면 세계 석유, 가스산업의 2022년 이익은 4조 달러로 치솟았다. 최근 몇 년간 평균은 1조5000억 달러이었다. 이러한 이익 증가는 각 회사의 주주에게도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0대 민간은행이 화석연료에 대해 제공한 자금의 지난 7년 총액은 5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JP모건체이스, 씨티,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은행들은 모두 유엔의 '넷제로 은행연합(NZBA)' 회원이다. 이 그룹에 가입하는 은행들은 자사 업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뜻하는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 예산위원회의 셸던 백악관 위원장은 성명에서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기후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약속을 외면하고 화석연료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서부 연안지역 부동산 가격 폭락, 카본 버블(화석연료 자산가치 과대평가) 붕괴, 보험시장 혼란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NZBA의 홍보 담당자는 CNN의 취재에 대해, "포괄적인 출자의 이행을 계획, 실행하려면 수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화석연료에서 자금을 즉시 철수하게 되면 시장에 극도의 충격을 주게 돼, 세계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이 매체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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