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성임금 남성의 85% 수준...2002년 대비 큰 차이 없어
남녀 임금 격차, 연령 높아질수록 오히려 커지는 추세
자녀 출산 후 경력중단 여성 늘고...여성 잠재적 차별도 원인

미국 마트. /사진=AP, 뉴시스
미국 마트.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미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지난 20년간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여성은 남성 임금 1달러에 비해 평균 약 82센트밖에 받지 못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풀타임과 파트타임 직원의 시급 중앙값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982년에는 남성 임금 1달러에 대한 여성 임금이 65센트였으므로 그에 비하면 82센트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2002년의 80센트에 비해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연구소는 "고등교육을 받거나 임금이 더 높은 직업으로 이직하거나 노동시장에서 경험을 쌓는 여성이 늘어난 결과 남녀 간 임금격차는 1982년부터 점차 좁혀졌다"며 "그러나 학위수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계속 앞서는데도 남녀 간 임금격차는 2002년부터 남성 1달러에 비해 여성 80~85센트 범위에서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전체 평균을 보는 것만으로는 나이, 인종, 직업 등 다양한 그룹에 속한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연령으로 보면 25~34세 여성은 나이가 든 후에 비해서, 남성과 동등에 가까운 임금 수준에 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07년 이래 젊은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임금 1달러에 비해 90센트 안팎에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연구소는 "경력을 시작할 때는 남성과의 임금 격차가 금방 좁혀질 것으로 보여도, 연령이 올라갈수록 격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라고 제시했다.

또한 자녀 탄생도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생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이 연구소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녀 탄생을 계기로 경력을 중단하거나 주 근로시간을 줄이는 여성도 있다.

기업에 근무하는 35~44세 아버지의 경우, 가정에 자녀가 있는 시기와 임금 인상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또래 어머니는 자녀가 있어도 월급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25~34세 어머니가 얻은 시급 중앙값은 또래 아버지의 85%였던 반면 가정에 자녀가 없는 여성의 시급 중앙값은 아버지의 97%였다. 대조적으로 회사에 근무하는 35~44세 여성의 경우 자녀 유무에 관계없이 시급 중앙값은 아버지인 남성의 약 80%였다.

또 인종, 민족별로는 흑인 여성의 지난해 시급 중앙값은 백인 남성의 70%에 불과했고 히스패닉 여성은 65%였다. 반면 백인 여성은 83%로 차이는 작았고 아시아계 여성은 93%로 차이가 가장 작았다.

이 연구소는 미디어를 통해 "남녀 임금 격차는 인종과 민족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진다. 이는 교육, 경험, 직업 등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요인은 여성 전체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소수자(LGBTQ)와 장애인들에 대한 고용차별과 함께 다양한 인종, 민족에 대해서도 고용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연구자들이 발견했다"며 "고용에서의 차별은 근로자로부터 근로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수입격차를 낳을 수 있다"고 이 연구소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직업을 보면 개인 요양보호나 서비스업과 같은 저임금 직업에서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관리 업무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등 높은 급여를 받는 여성은 압도적으로 적다.

어쨌든 남녀 임금 격차는 통상, 무언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고, 남녀 간 측정 가능한 요인, 예를 들어 교육, 재직기간, 근로시간 등을 고려해 조정했을 때 가장 작아진다.

"그러나 격차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퓨리서치의 한 연구원은 피력했다.

지난 20년간 동일 조건으로 비교하고 있음에도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다른 요인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 잠재적 차별이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미국인을 대상으로 남녀 임금격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요인을 물었더니, 절반이 여성이 고용주로부터 (남성과) 다르게 취급 받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응답했다. 또 그렇게 답한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37%였던 반면 여성은 61%나 됐다.

또 임금 격차가 뿌리 깊게 남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대학 학위를 가진 직원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 감소가 꼽힌다.

이에 따라 현재 적어도 학사학위를 가진 여성은 남성보다 많지만(남성 41%에 비해 여성 48%) 학사학위 자체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잠시 일을 떠나는 등 개개인의 선택도 계속 남녀 간 임금 격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성들은 문화적 규범이나 저렴한 어린이집이 없다는 등의 사회적 문제, 나아가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메우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앞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지속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지 여부는,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경력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이루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규범과 직장 유연성을 향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소 연구원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실현된다고 해도 격차 해소의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 연구소 연구자들도 지적했듯이 "덴마크 등 가정친화적 정책을 솔선수범해 온 나라들에서도 자녀가 생긴 뒤 남녀 간 수입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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