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들의 불법영업행위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들어 그 탈법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광고, 마케팅 대행사 등 3자를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국적사들이 토종제약사 의약품의 국내 판권을 얻어 공동판매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
라 판촉을 위한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마케팅 활동이 한층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주로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조사, 처벌했지만 다국적사들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등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비윤리적 영업 마케팅을 규제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제약시장이 약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하게 될 뿐 아니라 나아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처럼 자국 시장을 다국적제약사에 넘겨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식약청은 지난달 12일부터 연말까지 일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적발된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슈넬생명과학 등 32개 제약사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등 추가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의 경우 2008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현금, 상품권, 골프접대 등 4억2142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해 2억39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자사의약품 에글란딘주에 대해 판매정지 1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26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얀센, 노바티스, 바이엘, 사노피아벤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다국적사들이 국내 법인을 통해 510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가 적발돼 110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들은 병-의원, 의사들에게 세미나 학회 명목의 식사접대, 자문료 지급, 조사명목의 지원 등 다양한 우회적 수단을 이용해 사실상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사 의약품처방에 영향력이 있는 의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위해 자문료와 강연료만도 100억원 이상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호관계를 맺기위해 의사의 자동차 수리비를 대신 내주는가 하면 자택 카페트까지 새로 깔아주기도 했다.

환자에게는 의약품 선택권이 없고 오직 의사에 의해 처방이 결정되는 상황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노바티스, GSK 등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의 판매관리비는 35.3%로 일반 제조업 판매관리비 비중 11%보다 3배가 넘는다. 관계당국자는 약효능 경쟁보다 의사에 대한 판촉활동에 치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판관비는 사실상 리베이트 조달창고역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 처방약 시장 점유율은 이미 30%를 넘어 매년 높아지고있는데 이는 불법판촉활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공한 리베이트는 약값에 그대로 전가돼 환자가 비싼 약값을 부담해야할 뿐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국제적인 제약기업으로서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기업 이념으로 내세우고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약품판매해 왔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들은 효능이 뛰어난 의약품을 공급하고 선진제약산업의 우수한 경영기법을 전수시키겠다고 해놓고는 판매-이익 극대화를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썼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탈법행위 외에도 변질된 제품을 수입하거나 당국이 공고하지 않은 제조공장에서 만든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등 법규를 위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관계당국은 다국적제약사들의 영업활동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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