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남으면 신규주문 받기 어렵고 미중갈등에 마음 졸여
동남아로 가면 취약한 인프라로 中서 부품 수입, 원가부담 20% 늘어
대만 기업 5300개사 진출 장쑤성 쿤산현, 공장 이전 소문에 뒤숭숭

중국 상하이 방향 고속도로.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중국 상하이 방향 고속도로.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장쑤(江蘇)성 쿤산(昆山)현은 대만 기업들의 진출 덕분에 지난 17년 동안 중국에서 최고의 부자 현(縣)으로 꼽혔다.

인구 200만명인 이 곳에는 애플 아이폰 조립공장인 폭스콘을 비롯해 대만공장이 전체 GDP 30%, 제조업 생산 50%, 외국인 투자 60%, 수출입 70%를 각각 맡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일 보도했다.

2020년 기준 5300개 이상의 대만 기업이 쿤산에 진출해 10만 명 대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올 연초부터 쿤산에서는 폭스콘 공장 베트남 이전설을 비롯해 대만 기업들의 엑소더스 소문이 무성하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앞서 대만 언론은 쿤산현을 관장하는 쑤저우(蘇州)시에서만 대만 공장 3분의 1이 떠났고, 나머지 3분의 2도 다른 곳으로 생산 라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 기업 중국 대륙 엑소더스는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 고객사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중국을 떠나 새로운 생산 라인을 구축하라고 대만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쿤산의 대만 기업이 올 들어 얼마나 떠났는지 공식 통계는 없다.

그러나 복수의 쿤산 대만 기업인들은 SCMP에 "기업인 커뮤니티가 정례 모임을 갖는 것이 어려워질 정도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건자재업을 운영하면서 현지 상회 회장을 맡고 있는 대만 기업인 애덤 창은 "코로나19 봉쇄가 끝난 지난해만 해도 30개 테이블의 저녁 식사를 할 정도로 사람을 쉽게 모았지만, 지금은 20개 테이블 정도 인원도 겨우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활유 주입기(그리스 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레이 쿠오는 해당 매체에 "다른 동료 대만 기업가들로부터 동남아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로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동남아는 값싼 노동력과 땅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현지 인프라가 취약하고 전력공급이 불안하며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서둘러 태국에 400만 위안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다. 미국 수출액이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국 공장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했고, 4년 만에 500만 위안을 손해본 채 철수해 지난해 말 쿤산 공장에 생산 라인을 다시 늘려야 했다.

그는 "태국의 불안전한 공급망 때문에 부품과 원자재를 중국에서 가져가야 했고 추가 배송비, 관세 등을 합치면 원가는 20% 더 늘었지만, 그렇다고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20년 전 대만 타이중에서 쿤산으로 공장을 옮긴 그는 "미중갈등 때문에 많은 대만 기업들이 쿤산을 떠나야 하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만 기업인들이 확실한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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