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 가족 역사, 이름에 얽힌 경험 등 중시 경향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성 그대로 쓰는 사람 많아
18~49세 20%가 "자신의 성 유지"...고학력자 비율 높아
일부 전문가 "여성의 사회적 힘이 강해지는 데 따른 현상"

미국 결혼식 모습.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미국 결혼식 모습.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미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일반적으로 남성의 성씨를 따라가는 것이 관례인 가운데,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 후에도 성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 뉴욕시의 한 여성(28세)은 연인과 약혼을 하면서 성에 대해 줄곧 생각해 왔다고 CNN에 밝히면서, "내 성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졸업식에서 불렸으며, 졸업장에도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내 이름에 박사라는 경칭이 붙을 날을 꿈꾸고 있다고 피력했다.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일체감 있고 단순하다는 점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역사, 자신의 이름에 얽힌 경험을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녀처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 후에도 성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실태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의식조사에서 드러났다. 조사는 기혼자 2400명과 결혼 경험이 없는 95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남성의 경우 92%는 결혼 후에도 성을 변경하지 않았으며, 변경한 것은 5%뿐이다. 자신의 성씨와 결혼 상대의 성씨를 하이픈으로 연결한 사람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결혼하여 성을 바꾸는 전통은 뿌리깊게 남아 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에는 변화가 있었다.

이성 상대와 결혼한 기혼 여성의 거의 80%는 남편의 성으로 바꿨다고 응답했다. 반면 14%는 성을 바꾸지 않았고, 5%는 남편의 성을 하이픈으로 연결했다고 답했다.

성을 바꾸느냐의 여부는 나이나 학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을 바꾸지 않았다는 여성은 50세 이상에서는 약 9%였던 반면, 18~49세에서는 20%나 됐다. 대학원을 나온 여성은 26%가 자신의 성을 유지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 결혼 상대의 성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답한 사람은 더 적었다. 성을 바꾸겠다는 응답은 33%에 그쳤고, 23%는 그대로 두겠다고 응답했다. 하이픈 연결은 17%, 모르겠다는 응답은 24%로 각각 조사됐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한 여성(27세)은 자신의 이름을 바꾸는 것에 갈등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성을 바꾸는 것은 가부장제적 상식에 뿌리를 둔 전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은 성을 갖게 되는 핵가족이라는 생각은 선호될 만하다. 단, 그것이 남성의 이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 매체에 피력했다. 이 여성은 "성을 연결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역사의 대부분이 지워진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컨설팅회사의 한 담당자는 "젊은 세대의 이런 변화에 대해, 여성의 (경제력 등) 사회적 힘이 강해지는 과정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며, "내 이름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은 일종의 독립선언"이라고 이 매체에 지적했다.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과거의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령층에 의한 차이를 보면, 이 추세가 향하는 방향은 예측할 수 있다"고 이 담당자는 미디어에 제시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