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실직했거나 사업에 실패한 중년층, 살길 찾아 미국행
홍콩가는 길목 선전 출입국사무소, 하루 수십명씩 밀입국 기도자 체포
밀입국 조직, "미국에서 1년 벌면 밀입국 비용은 빠진다" 주장

중국 선전에서 입국심사 받는 승객.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중국 선전에서 입국심사 받는 승객.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직을 했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홍콩에서 중남미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수십명씩 붙잡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중국 동부지방에서 무역업을 하면서 공장을 운영하던 리훙(가명)은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로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올랐다"며 "미국에서 돈을 벌어 빚을 갚겠다는 것이지 도망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그는 팬데믹 전만 해도 여윳돈을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할 정도로 넉넉하게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닥치면서 무역이 무너졌고 자금난이 닥치면서 공장을 더 이상 돌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는 코로나 기간 중 공장 문을 닫지 못하게 했고 보조금과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올해 코로나 19 상황이 끝나면서 정부 보조금은 끊겼고, 직원들에 대한 5험1금(중국에서는 4대 보험이 아니라, 5대 보험에다 장기주택적금 성격의 주택공적금을 회사가 제공한다) 부담이 다시 생기면서 그는 빚을 떠안은 채 확실하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공급상들과 노동자들이 그를 법원에 고소했다. 다행히 태풍 때문에 법원이 판결 날짜를 연기하는 바람에 밀입국 조직책 안내로 고속철도를 타고 홍콩으로 가는 길목인 광둥성 선전에 도착한 것이다.

중국 밀입국 조직 사정에 정통한 광둥성 소식통은 명보에 "지난 10년 전부터 밀입국 조직은 많이 줄어 유명무실하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중년층이 밀입국을 기도하려고 하는 점이 이전과 다른 특징"이라며 "팬데믹을 거치면서 직장을 잃었거나 사업이 실패해 더이상 가정을 유지할만한 수입원을 찾지 못한 경우 먹고 살려고 미국에 간다"고 설명했다.

밀입국 조직은 사람들에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한 뒤 1년만 몸으로 때우면 밀입국에 들어간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밀입국 조직은 미국 밀입국 중간 거점으로 남미 에콰도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중국 국민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미국에 밀입국하기가 수월하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는 에콰도르에서 밀림을 뚫고 멕시코로 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광둥성 소식통은 명보에 "홍콩과 남미를 거쳐 미국으로 가려면 조직책에게 수십만 위안을 건네야 하고, 남미 밀림에서 멕시코까지 안내하는 안내인에게 수만 위안을 줘야 한다"며 "그러나 밀림에서 밀입국자들이 안내인의 총에 맞아 죽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중국 밀입국자들은 동남부 푸젠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쓰촨성, 산둥성, 허난성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밀입국자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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