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쉬자인 회장, 사법당국에 강제 조치(구금) 당했다"
홍콩에 있던 회장 전부인 제3국으로 떠나
투자자들은 900억 위안 주식배당금 빼돌렸다 의심
190억 달러 규모 헝다그룹 역외 채권 문제 해결에 변수 생겨

중국 광둥성 선전 헝다그룹 본사. /사진=AP, 뉴시스
중국 광둥성 선전 헝다그룹 본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 당국이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에 대한 사법처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8일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창업자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불법 범죄 혐의로 당국에 강제조치를 당했다는 유관 부문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중국 제일재경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중국의 형사 강제조치는 공안기관이 형사소송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법에 따라 용의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구금을 말한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쉬자인 회장이 강제조치를 당한 지난달 28일 헝다그룹 주식과 자회사 2곳의 주식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룹의 자금 관리를 총괄했던 쉬자인 회장 둘째 아들 쉬텅허(許滕鶴) 부사장도 최근 당국에 연행됐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밖에 두량(杜亮) 헝다금융 CEO를 비롯해 회사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광둥성 선전시 공안국에 체포됐다고 제일경제는 보도했다.

쉬자인 회장을 비롯해 간부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190억달러가 넘는 역외 채권 문제 해결에 변수가 생겼다고 21세기경제보도는 지적했다.

쉬자인 회장 전부인 딩위메이(丁王梅) 행방도 투자자들의 관심거리다.

딩위메이는 지난해 이혼을 하고도 홍콩에 머물며 그룹의 채무 구조조정 작업에 협조를 하고 있어 부부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장 이혼을 했고, 거액의 재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며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딩위메이가 캐나다 국적 소지자로, 이미 홍콩을 떠나 제3국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딩위메이는 900억 위안(약 17조원)이 넘는 헝다 주식 배당금을 챙겨 조세피난처에 빼돌린 것으로 투자자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베이징 안젠 로펌 소속 저우자오청(周兆成) 변호사는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쉬자인 회장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범죄로 헝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면 형사책임과 민사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후룬 글로벌 부자 순위에 따르면 쉬자인 회장은 재산이 200억 위안(약 3조7000억원)에 불과해 글로벌 부자 순위 1100위로, 잘 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90% 이상 재산이 줄었다.

헝다그룹은 부동산 거품이 빠지던 2020년 유동성 위기를 겪은 뒤 2021년 12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져 그동안 채무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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