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세대가 보여준 강인한 근성은 사라져, 일생일대 좌절감 맛봐
부모가 집까지 사줘야 진짜 '캥거루족'
중국 경제 부진, 역대 최고치 청년실업률에 외국 명문대 출신도 인턴

중국 베이징 비즈니스 중심지구. /사진=AP, 뉴시스
중국 베이징 비즈니스 중심지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중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네이쥐안(內捲)'이라는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다가 역대 최고치 실업률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지금은 그저 '탕핑(躺平)', 집에서 누워만 있는 상태라고 대만 중앙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중국 청년 실업률(16~24세)은 올 들어 계속 늘다가 지난 6월 21.3% 최고 기록을 세운 뒤 국가통계국은 더 이상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사회로 진출한 뒤 '탕핑'을 강요받으면서 앞선 세대가 보여준 강인한 근성(狼性)을 더이상 보여주지 못한 채 일생일대의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A는 베이징 반도체회사 엔지니어로 1996년 허베이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해당 매체에 "취업 덕분에 베이징 호구(주민등록)를 얻었고 베이징에서 집을 살 수도 있지만 사지 않기로 했다"며 "당국이 모기지 완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래도 베이징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A는 "현재 일자리 잡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회사가 최근 실습생 인턴을 뽑았는데 외국 명문대학 출신"이라고 전하면서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친척을 봐도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는 베이징 중의과 대학(한의대) 학생으로 00후(2000년~2009년 출생자)이며 쓰촨성 청두 출신이다.

그녀는 해당 매체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물가가 비싸고 살기가 힘든 베이징에서 계속 살지, 중의사를 할지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B는 소셜미디어 샤오훙수(小紅書)에 팔로우가 1만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1인 매체를 운영하는 것이 수입이 더 많아 굳이 중의사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녀는 "부모 집에서 누워 지내는 것은 가짜 컨라오(캥거루족)이며, 진짜 컨라오는 부모가 집을 사주는 경우라는 말을 주변에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의 룸메이트 C는 해당 매체에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고, 차도 안 사고, 집도 안 사면 어떤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라며 "그저 즐겁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D는 광둥성에서 베이징에 온 95후(1995년 이후 출생자)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중앙통신사에 "요즘 주변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서 "대학생들은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과도한 경쟁을 거친 뒤에 그저 누워만 있는 현상은 10년 전 그들의 앞선 세대가 악바리 근성을 보이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고 대만 중앙통신은 지적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