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태국 찾은 중국인 관광객, 2019년 대비 32% 감소
캄보디아 36%에서 10%로, 베트남 32%에서 12%로 각각 낮아져
中 부동산 고용환경 악화로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 지속
태국 정부, 중국인 관광객에 일시 비자 면제 조치 도입
동남아 호텔 · 부동산 기업, 사업계획 재검토 잇따라
동남아, 중국 대신 인도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

베트남 하노이.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베트남 하노이.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에서 차지하는 중국인 점유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상태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둔화로 관광객들의 발길은 부진한 모습이다. 관광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 계획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했다.

태국을 찾은 중국인 고객은 2019년 약 110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고객의 27%에 달했지만 2023년 1~8월에는 12%에 그쳤다. 역시 캄보디아는 36%에서 10%로, 베트남도 32%에서 12%로 떨어졌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지만 각국에서 일제히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 고객 전체로 보면 태국은 1~8월에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했고, 베트남은 31% 감소했다.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고객의 회복 지연으로 전체도 주춤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민의 해외여행을 엄격히 제한해온 중국은 지난 2월 해외 단체여행금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황과 고용환경 악화로 절약 지향이 강해지면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고객의 회복 지연으로 기업 실적에도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태국호텔협회 등이 지난 8월 실시한 호텔사업자 체감경기에서는 응답 기업의 80% 가까이가 코로나 전 매출액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태국의 호텔 대기업 듀싯인터내셔널은 2023년 1~6월기의 최종 손익으로 1억 8600만 바트(약 70억원)의 적자를 계상했다. 전년 동기 2억5800만바트 적자에서 개선됐지만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한 담당자는 "중국인 고객의 본격 회복은 2024년경"이라는 견해를 이 매체에 전했다.

태국은 코로나 전에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관광업이 차지하고 있어, 경기 회복을 위해, 중국인 고객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국 정부는 중국의 황금연휴에 해당하는 중추절·국경절(9월 하순~10월 초순)을 앞두고 중국인 고객의 비자 면제 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통계에서는 황금연휴 출입관광객수(홍콩 여행 등 포함)는 연인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 코로나 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태국에서는 이 기간 방콕 중심부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희생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이미지 악화로 중국인 고객이 감소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사업계획 재검토도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 대기업 BRG그룹은 2019년 일본 산리오와 함께 수도 하노이에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계획을 중단했다. 2021년 개업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됐고, 건설공사는 거의 미착공으로 개업 전망이 아직 미확정다.

캄보디아에서는 홍콩 상장회사인 '나가코프'가 수도 프놈펜에서 건설 중인 복합형 카지노 시설의 3호점 개업을 연기했다. 35억 달러를 들여 외국계 고급 호텔 등도 입주할 예정이었다. 완공은 당초 계획보다 4년 늦은 2029년 완성으로 보이지만, 계획 축소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으로 주요 고객은 중국인이다. 1, 2호점의 숙박시설 가동률은 지난 7월 시점에서 40% 정도까지 떨어졌다.

기업은 회복이 늦어지는 중국인 고객의 대체로서, 최근 인구가 세계 최대가 된 인도로부터의 관광객을 찾고 있다.

태국 민간항공사 방콕에어웨이즈는 지난 9월 인도의 대기업 타타그룹 산하 에어인디아와 제휴했다. 양사간 환승을 허용해 인도에서 태국 각지로 여행객 유치를 노리고 있다.

태국여행업협회는 정부에 인도인 고객 비자 면제 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요청할 방침이다. 태국 한 은행의 4월 시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도인의 태국 여행중 소비액은 1인당 약 4만바트(약 150만원)로 중국인의 4만8000바트에 육박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는 중국과의 관계가 강해 중국 경기 동향에 좌우되기 쉽다. 외국으로부터의 수요 의존도가 높은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수출이 감소하면서, 신차 판매 등 개인 소비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경기회복의 연결고리인 관광업도 부진하게 되면, 경제성장과 기업실적을 끌어내릴 우려가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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