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매도규모가 매수 앞질러...2019년 이후 처음
오피스 수요 부진 속, 공실률 6%대 고공행진
일본 금리 상승 조짐, 투자 메리트 감소 요인 작용
일본 매물 팔아 서구 오피스빌딩 손실 메우기도 나타나
일부 전문가 "저금리 부동산 대출, 일본서도 불씨 우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던 해외자본들이 매도세로 전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해외 부동산 불황 여파로,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해외자본의 매수세는 올들어 4년 만에 순매도로 돌아설 전망이다. 임대료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투자 전체는 견조하지만, 일본은행이 금융 정상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완화 자금을 원동력으로 해 온 구도는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했다.

도쿄 도심에 있는 한 초고층 오피스빌딩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 정부계 펀드(GIC)가 지난 여름 매각 절차를 시작했지만 진행 여부는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지난 9월 하순에는 주요 세입자가 이 빌딩에서 퇴거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 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하에서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연구자나 엔지니어가 일하는 중간 거점으로 본사 기능을 옮긴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세입자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대체 입주자 찾기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GIC는 도쿄시내에서 보유한 다른 대형 오피스 빌딩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자산 규모 축소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해외 운용 환경의 악화가 있다. 2023년 3월말까지의 운용 성적은 과거 5년간의 명목 이율에서 3.7%로 2016년 이후 최저였다. 서구 오피스 빌딩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시황이 탄탄한 일본 매물을 팔아 메우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매수세가 강했던 해외 펀드는 최근 1년간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매도로 돌아섰다. 중국의 정부계 펀드, 중국투자(CIC)는 지난해 가을 이후, 도쿄도내의 복합 시설인 한 빌딩 매각을 모색했다. 입찰에서 캐나다 투자펀드 브룩필드가 우선협상권을 얻었지만 조건이 절충되지 않아 매각을 미뤘다.

일본 도쿄 시내. /사진=AP, 뉴시스
일본 도쿄 시내. /사진=AP, 뉴시스

부동산회사 CBRE에 의하면, 2023년 1~9월 해외 투자가의 일본 국내 부동산 구입액은 약 83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반면, 매각액은 약 1조500억엔으로 2배 조금 넘게 불어나, 차이로 약 2200억엔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연간 순매도액 기록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해외펀드 매도는 GIC처럼 해외 운용성적 악화에 따라 비교적 견조한 일본에서 단기적인 이익을 내려는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두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

하나가 오피스 수요 자체의 침체다. 오피스 중개회사(미키상사)에 의하면, 도쿄 도심 핵심 5개구(지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시부야)의 평균 임대료는 지난 10월까지 39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 10월 기준 평당 1만9741엔으로 최근 정점인 2020년 7월(2만3014엔)보다 14% 낮다. 공실률은 6.10%로 공급과잉의 기준으로 꼽히는 5%를 33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도심 새 빌딩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입지가 불편하거나 낡으면 공실이 늘어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주택과 호텔 등의 수요는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오피스 빌딩은 국내에서 투자 대상으로 유통되는 부동산의 중심 자산이다. 부동산증권화협회(ARES)에 따르면 일본부동산투자신탁(REIT) 보유 자산의 40%를 사무실이 차지한다. 투자자에 따라서는 다른 매물 유형이 호조를 보여도 오피스가 발목을 잡고 있어, 부동산 전체에서는 운용에 고전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가 금리 상승 우려다. 지금까지 일본 부동산 시장이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온 것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따른 차입비용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금리 상승으로 투자 묘미가 희석되면 일본 부동산에 강세를 보였던 해외 펀드들도 방침을 바꿀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제시했다.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펀드가 차환에 시달리고, 미국에서는 대출 연체나 채무 불이행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가 10개 중견 지방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하는 등 부동산 대출은 미국 지방은행 부실채권의 불씨가 되고 있다.

부동산 시황의 악화는 일본 경제 전체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것인지가 궁금한 가운데, 일본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동산업 대출은 2023년 9월 말 처음으로 100조엔을 돌파했다. 버블기(1980년대말~1990년대 초)의 2배 수준으로 총 대출액에서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버블기보다 5%포인트 높은 17%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 이후 증가세가 가속화되면서 2019년 12월부터 잔액은 15조엔 쌓였다.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개 대형 은행의 대출 잔액도 2022년도 1년 사이에 2조7000억엔 늘었다. 최근에는 지방은행의 일부도 대출 경쟁에 참여하고 있어  "기존 절반의 금리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고 한 대형은행 담당자는 이 매체에 피력했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2010년 대비 약 40% 상승했고 2023년 기준지가는 전체 용도 토지의 상승 비율이 전국 44.7%에 달했다. 지방에도 땅값 회복의 온기와 혜택이 확산되면서, 저금리 부동산 대출이 일본에서도 불씨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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