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장관, 중국 상무부장 만나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 영향 최소화"
중국 전문가, 네덜란드 장관 발언 수위 조절 높이 평가

ASML 네덜란드 본사. /사진=AP, 뉴시스
ASML 네덜란드 본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기업 ASML의 대중 노광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중국 글로벌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왕원타오 상무부장(상무장관)은 지난 27일 헤오프레이 판레이우언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과 회담하면서 "노광장비(반도체 원재료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는 장비) 중국 수출과 반도체산업 협력 강화 등 의제에 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은 네덜란드가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네덜란드를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본다"며 "네덜란드가 계약 정신을 굳게 지키고, 기업의 계약 의무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노광장비 무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레이우언 장관은 "네덜란드의 수출통제는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네덜란드의 결정은 독립·자주적 평가에 따른 것이며,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공급망에 대한 영향을 최대한 낮춘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기업은 노광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덜란드 기업 ASML 장비 3대를 도입하려 시도했다가 미국의 저지로 수입에 실패한 바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판레이우언 장관 발언에 주목하면서 "앞서 그가 중국 기업들이 군사적인 목적에서 노광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과는 분명한 태도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글로벌 타임스가 보도했다.

양청위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연구원은 해당 매체에 "중국과 네덜란드 반도체 협력이 미국의 간섭을 받고 있지만, 양국의 전반적인 경제무역협력은 지난 10년 이상 유지했다"며 "이것은 네덜란드가 단순히 미국만 쫒아가서는 큰 혜택이 없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SML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판매액은 64억 유로로 전체 판매액의 29%를 차지해 중국 시장이 회사의 2번째 큰 고객이었다고 글로벌 타임스는 보도했다.

회사 측은 대중 수출통제가 계속되면 올해 중국 시장 판매액을 지난해보다 10~15% 줄어들 수 있다고 지난 1월 경고한 바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중국 기술 애널리스트 푸량은 글로벌 타임스에 "중국의 노광장비 개발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중국이 노광장비 개발에서 기술 돌파구를 이루면 네덜란드 노광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재경대학 국제경제무역학원 류춘성(劉春生) 부교수는 홍콩 명보에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중국편에 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노광장비는 반도체산업 발전이 필요하고 반도체산업은 소비전자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단일 소비시장이 된 만큼 최대 고객의 하나인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네덜란드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