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소설가 이문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정 독자를 갖고있다고 한다.

▲ 작가 이문열

우파진영의 든든한 이론가인 이문열은 그래서인가, 좌파성향 문인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자신의 책이 불태워지는 화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풍토에 회의를 느낀 그는 한동안 외부 발언을 삼갔다.

대신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의 가족사를 다룬 듯한 대하소설 ‘변경’을 12권짜리로 다시 써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삼성그룹 토크콘서트 ‘열정락서’에서 강연을 했던 그가 최근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삼성측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그룹CEO들 앞에 섰다.

 이 작가는 1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작가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삼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삼성은 하나의 산업체인 동시에 그 자체가 사회구조인 만큼 사회와 같이 할 수 있는 공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등 삼성은 우리 사회의 일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사장단에 주문했다.

 이날 그는 이탈리아 공산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 이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정치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을 거론하면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이면서 동시에 진지의 역할도 해야 한다"며 "사회의 중간계급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인, 예술인 계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치러진 삼성그룹 공채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서 역사 문제 비중이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단순히 역사 문제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답을 요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역사관 정립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10여년전(1999년) 삼성의 호암상을 받으며 삼성과 연을 맺었으나 삼성 수뇌부와 특별한 교류는 없었다"며 "삼성 사장단이 생각보다 젊어서 놀랐다"고도 했다.

그는 강연 후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은 우리 사회 구조의 하나라서 운명처럼 같이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삼성이 문화적 헤게모니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산업적인 것 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문열씨 강연에 대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있는 지식인과 예술인 등 중간 계층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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