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1조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수만 명에게 피해를 입혀 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7일 현 회장에 대해 "피해자가 4만명에 달하고 피해금액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범죄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15년이었다.

또 현 회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대표이사에게 징역 5년, 이상화(45)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6월, 김철(40)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김 전 대표에는 10억여원의 추징을 함께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은 그룹 총수로 회사의 자금 사정과 재무구조를 잘 알았음에도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고 기망적 방법으로 CP·회사채를 발행해 판매대금 1조억원을 가로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피해 금액 중 9000억원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CP·회사채는 당시 동양의 재무상황과 구조조정 계획 등에 비춰보면 발행 당시부터 정상적 자력으로 만기에 상환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시한부 연명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지원도 불가한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춰 회사채·CP 등이 만기 상환이 불가능 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동양사태의 핵심임원들과 이 사태를 방조한 금융관료들을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현 회장과 임원들의 범죄 액수는 사기 1조3032억원, 배임 6652억원, 횡령·배임수재 193억원 등 2조원에 이른다.

한편 동양사태 피해자 대부분은 재판부의 사기 혐의 유죄 판단을 환영하면서도 형량에 대해서는 "검찰 구형대로 선고됐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징역 12년은 턱없이 낮은 선고형량이라는 것이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구형량을 100퍼센트 수용해도 부족한 중범죄자에게 징역12년을 선고한 것은 법원이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사기범죄를 방조한 금융당국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명백히 '동양 사태'를 방조한 공범들"이라며 금융당국 수장들의 사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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