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파장을 지켜보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대통령이 순시를 갔다 오는데 차창 밖으로 상당히 멋진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경제발전에 모든 힘을 기울인 대통령으로서 특히 눈길이 갔다. ‘이제 이 나라에도 저 정도 성공한 기업인이 생겼구나’라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이 비서에게 물었다. “저 집은 어느 사장 집인고”

비서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정부 아무개 부처 국장 집입니다”

훈풍이 불던 대통령의 기분은 삽시간에 먹구름과 폭풍으로 돌변했다. “이런 미친 X이 있나!”

해당 국장은 즉시 파면 당했다. 그 시대 이런 처분이면 파면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하필 집을 대통령 다니는 길에 지었나라는 탄식을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도 인생 종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 치고 정확한 것은 거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신입사원 이명박의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나중에 정주영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대통령이 “고대에서 데모하던 녀석들은 전부 현대에 가 있다며? 데모하던 놈들 뽑아서 어쩌려고 해?”라고 물었다는 건데 소문을 거치면서 전혀 이상하게 변형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에는 일부 현실과 일치하는 것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들의 성격과 일치해서 신빙성을 얻어 계속 입에 입을 타고 전해지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급주택 얘기는 고령층 국민들에게는 청량한 일화로 간주된다. 중장년층은 찬반이 갈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 시대는 그래도 됐을 때”라는 공감대는 공유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리더십의 인물로 간주되고 있다. 선거 때 박대통령에게 투표했거나 아니거나 대부분 사람들이 그리 알고 있다. 복잡한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심사숙고해 여러 사람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보다 즉각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모습을 강조한다. 세월호 사태 후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리더십은 통치자가 지닌 힘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지지자들에게는 안도감을, 반대세력에게는 무력감을 심어준다. 전적으로 리더의 카리스마와 신망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힘을 분출시킨 데 따른 득과 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이 이런 식의 통치에 만성이 되면 효과는 사라지고 당초부터 예상되던 부작용만 남는다.

어찌됐든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가 이런 스타일인 것을 미리 알고 지지했거나 반대를 했다.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항공기 승무원의 행동이 그날따라 이 회사 사주 따님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른다. ‘내가 이런 것 하나 즉각 조치 못 내릴 위치가 아니지’라는 승벽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직원이 잘못을 하면 그에 따른 규정이나 매뉴얼이 있을 것이고 그 상황을 통제하는 책임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상식이 다 무시되고 현장에서는 승객의 한 사람일 뿐인 회장의 따님이 직접 나서 비행기를 세웠다. 그 결과 전 세계인이 다 보는 포털에는 ‘땅콩 때문에 비행기가 돌아갔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원래 일하는 스타일이 단호하고 즉각적인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상황은 좀 다를 것이다. 비난을 하더라도 ‘그 사람 원래 그렇더니 이번에 좀 심했네’라는 차원일 것이다. 동시에 그런 성격 덕택에 효과를 본 사례를 제시하는 동정론도 발생한다.

대한항공 소동은 이와는 아주 다른 경우다. 이번 일이 생기기 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원정출산 논란이다. 그와 같은 특단의 리더십을 발휘할만한 인물로 볼 근거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과연 어떤 상황 때문에, 또 그동안 얼마나 직원과 타인의 모범이었기에 이런 1970년대 대통령급의 막강한 리더십을 발동한 건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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