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삼성SDI가 세계 4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 슈타이어로부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Pack)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삼성SDI는 23일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에서 배터리 팩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마그나 측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삼성SDI가 마그나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 사업 전담 자회사인 MSBS 지분 100%를 넘겨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SDI는 MSBS 사업장을 비롯해 개발·생산시설, 인력, 기존 수주 등 모든 자산도 인수한다. 다만 두 회사는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2009년 오스트리아에 설립된 MSBS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꼽힌다. 임직원은 260여 명에 달하며 연매출 규모는 약 4000만유로다.

삼성SDI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셀과 모듈 부문의 역량에 MSBS의 배터리팩 역량을 결합해 전기차 배터리의 일관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셀이 묶여 모듈로 만들어지고 모듈이 모여서 팩으로 만들어져 완성차 업체에 공급된다.

삼성SDI는 셀과 모듈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지만 팩 제조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를 통해 MSBS가 보유한 팩 관련 최고 기술까지 확보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MSBS는 대부분의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와 다양한 전기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미 수주한 규모도 수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MSBS의 수주 물량을 확보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앞으로 더욱 커질 유럽·북미·중국 시장에서 MSBS 배터리팩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 대응력과 수주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이번 인수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글로벌 배터리 제조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오는 4월 1일자로 MSBS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며 회사 운영과 관련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대폭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본사는 철저히 지원을 하되 기존 사업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인수·합작을 진행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B3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4년 약 210만대 규모에서 2017년 470만대, 2020년 770만대로 연평균 24%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2008년 9월 독일의 보쉬와 자동차 배터리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한 데 이어 2012년 10월 SB리모티브의 보쉬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또 2013년 8월에는 독일 OLED 소재기업 노발레드(Novaled)를 인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안경환신, 서안고과(西安高科)와 함께 자동차 배터리 합자법인을 설립했고, 같은해 11월 중국 선그로우와 ESS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또 삼성SDI는 지난해 BMW그룹에 전기차 배터리셀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소재 등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성SDI는 얖으로 수년간 BMW i3와 BMW i8 등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셀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BMW 외에도 미국 크라이슬러와 인도 마힌드라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바겐에도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포드와도 전기차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