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보험료는 2배 불과-지급되는 수리·렌트비용은 3~4배 높아

▲ 보험사기로 밝혀진 'SM7-람보르기니 추돌사고'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한 ‘람보르기니 충돌사고’가 보험사기로 밝혀지면서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고로 폐차되거나 매각처리된 외제차량을 헐값에 사들인 뒤 고의사고를 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사기혐의자 20명은 외제차량 13대를 헐값에 사들인뒤 번호판을 바꿔달고 정상차인 것처럼 속여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5년간 117건의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 13억원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보험사기범들은 고의로 차량사고를 일으킨 후 보험사에서 미수선수리비 형태로 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기범들이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액 13억원 중 대인보험금은 6000만원에 불과했으며 차량수리비 12억3000만원 중 미수선 수리비로 현금 수령한 금액이 10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최근 발생한 ‘람보르기니 보험사기’를 비롯, 외제차 운전자들이 보험사기를 통해 노리는 것도 대부분 ‘미수선 수리비’다. 이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나중에 차량을 수리하기로 한 뒤 예상 보험처리 수리비의 70~80%를 보험사로부터 현금으로 미리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고객은 수리비를 미리 받을 수 있고 보험사는 견적서보다 적은 금액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외제차 사고의 경우 미수선수리비 지급이 빈번하게 이뤄져왔다.

특히 보험금을 노려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일부 운전자가 수리비용을 높은 가격대에 산정한 뒤 본인들이 아는 수리소에 가서 낮은 금액으로 수리를 받거나 수리를 안하고 다시 사고를 내는 경우 등의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해 외제차에 대한 자동차 보험금 지급액이 연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개발원 집계 결과 지난해 수입차 수리비에 지급된 보험금이 1조1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수입차의 평균수리비는 275만원으로 국산차(95만원)에 비해 3배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대차비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렌트비는 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수리받는 기간 사고 피해자 대차를 위해 드는 비용을 가해자의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수입차의 평균렌트비는 137만원으로 국산차(39만원)보다 4배이상 높다고 밝히고 있다.

보험사의 대차비용은 최대 30일까지 지급받게 되어있지만 수입차업계의 부족한 수리시설과 충분치 못한 부품으로 수리기간이 국산차에 비해 길고 렌트비용 부담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수입차의 개인용 보험 가입대수가 전년대비 24.8% 증가한 88만대에 이르는 점은 외제차 보험제도 재검토와 대체부품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수입차 이용자에 지급되는 보험사의 수리비부담은 고스란히 국산차를 타는 보험가입자에게도 전가된다. 수입차의 경우 수리비나 렌트비용이 국산차에 비해 4~5배 높은 것에 비해 보험료는 국산차의 평균 보험료인 50만원대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손해보험사들은 "고가의 수입차들은 차량 가격이나 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의 부품값에 비해 국내에서 적용되는 수리비, 부품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국산차를 소유한 자동차 보험가입자들에게 잠정적인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들의 부품가격이 해외보다 최대 2.5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자동차 5개 차종(BMW 520, 벤츠 E300, 아우디A6, 렉서스 ES300, 크라이슬러 300C)을 대상으로 앞·뒤 범퍼, 본네트(후드), 휀다, 도어패널, 헤드라이트 등 6개 부품의 국내 및 판매 해외가격을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체 30개 부품 중 17개 부품의 국내가격이 해외평균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입차 부품값이 비싼 이유는 부품사에서 생산된 제품이 해외본사, 수입사, 딜러사 등을 거쳐 서비스센터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수입사와 딜러사를 거치며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한국자동차부품협회, 동부화재와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보험적용이 어려웠던 대체부품을 위한 보험상품까지 개발됐다. 그러나 수입차업계가 대체부품 사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차업체 측은 "대체부품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공식 A/S센터가 아닌 외부에서 수리한 뒤 잘못된 후 재수리를 공식 A/S센터에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산차가 제조사 직영서비스와 함께 협력사 등 다양한 A/S 정비망을 갖추고 있는 데 비해 수입사는 직영 공식 서비스센터 입고율이 50%에 이른다. 업계는 "수입차업체의 경우 정비 매뉴얼, 기술, 수리정보 등에 대해 수입사가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서비스의 질을 이유로 협력업체와의 서비스 대행계약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벤츠코리아는 '아우다텍스'와 같은 공인견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투명한 사고수리 견적에 앞장서고 있지만 부품값은 여전히 수입사가 책정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받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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