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warte nur warte nur/ balde ruhest du auch!(기다리게나, 이제 그대도 곧 쉬게 될터이니)”

앙코르 곡으로 슈베르트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담은  ‘봄의 신앙’을 답례로 부른 괴르네가 다시 무대로 나와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방랑자의 밤노래 D.768'를 조용히 끝내자 객석은 깊은 적막속으로 빠졌다. 오른 손으로 피아노를 가볍게 짚은 그가 고개를 들고 세종체임버홀을 가득 채운 관중석을 보자  박수가 터졌다.마치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말러 9번교향곡 연주를 끝낸 뒤의 상황과 같았다. 청중과 괴르네가 들숨과 날숨을 함께 한 것이다.

일부 청중들은 눈가를 연신 훔치며 연주회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그냥 앉아있었다.

“모든 산봉우리에/ 평온이 깃드네/모든 나뭇가지 끝에는/희미한 바람의 숨결도 /느낄 수 없네/숲속의 작은 새들도  모두 잠잠하네/ 기다리게나, 이제 그대도/곧 쉬게 될 터이니”

2009년 독일의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48)가 내한공연에서 부른 이 방랑자의 밤노래는 괴테가 서른한살 때 사냥꾼들의 쉼터인 오두막에  머물면서  마치 낙서처럼 벽에 써놓은 시다.여기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였다. 괴테는 생전에 슈베르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슈베르트는 괴테를 존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괴테는 타계하기 6개월전인 1831년 이 오두막에 다시 들렸다 그 시가 그대로 씌여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5년, 2006년, 2009년 세차례 내한 공연에서 깊은 감명을 안겨준 괴르네가 9월19일 6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2005년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 페스티벌에 초청돼 처음 내한 공연을 가진지 10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선다. 

피셔 디스카우의 제자로 독일 리트의 정통을 잇고있는 괴르네는 부드러운 음색으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성악가다. 199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역으로 데뷔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파르지팔, 피델리오, 탄호이저 등 독일 오페라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드라마틱한 표현을 강조하며 독일 리트의 지평을 넓힌다는 평이다.

영국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하이페리온이 기획해 10년에 걸쳐 제작한 슈베르트 성악곡 전곡 앨범 ‘슈베르트 에디션’ 중 30집 ‘겨울나그네’로 1997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디아파송 황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데카 레이블에서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과 호흡을 맞춰 겨울나그네 음반을 내놓았으며 현재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에서 슈베르트 가곡을 녹음하고 있다.
 

▲ 괴르네·에센바흐의 '겨울나그네'음반

지난해에는 하이페리온에서 그레이엄 존슨과 함께 겨울나그네를 내놓은지 19년만에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사랑에 절망하며 정처없이 떠나는 겨울나그네를 그려내 겨울나그네의 아름다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을 들었다.

 성남아트센터가 10년전  개관기념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는 뉴욕 매트(뉴욕 링컨센터내 매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오프닝 작과 같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였다.

매트처럼 세계적 공연장으로 발돋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있다.

또 괴테의 파우스트만큼 음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 작품도 없기때문이기도 하다. 괴테가 60여년동안 매달려 집필한 파우스트는  철학서이자 인생론으로 작곡가들에게 창조의 원천이 돼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오페라는 물론 오라토리오, 칸타타, 리트에 이르는 성악곡으로, 교향곡, 관현악, 실내악, 독주곡으로 그 범위는 음악의 전 영역에 이른다.

1000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말러의 교향곡8번은 파우스트에서 텍스트를 빌려 2부가 완성됐다. 개관이후 뛰어난 기획력으로 화제를 몰고온 성남아트센터가 수도권 남부의 문화중심역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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