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시중은행도 앞장서는 구조조정을 국책은행이 미적거린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책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단기 실적보다 국가 금융의 미래에 부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적 기대와는 정 반대로 오히려 시중은행도 실천하고 있는 당연한 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런 지적을 민간기관도 아닌 국책 연구기관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국책은행은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 KDI는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 기업의 워크아웃이 ‘한계기업’으로 인식되기 1.2년 전에 시작됐지만,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일 때는 오히려 1.3년 늦었다.

KDI는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기 보다는 기업 회생에 의한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의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도 소극적이었다.

일반은행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3년 이내에 70% 정도가 자산 매각을 실시했으나 국책은행은 자산 매각 실행이 33%에 그쳤다.

또한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이 되면 일반은행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47.5%나 감소했다.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데 국책은행은 오히려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늘렸다. 대기업 중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4.6%에서 12.4%로 확대됐다.

KDI는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이 채권단의 이해 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KDI는 또“지나치게 확대돼 있는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금융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특히 국책은행을 꼬집어 시중은행만도 못하다고 질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지적이 정부의 향후 국책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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