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향후 양적완화정책을 축소할 수도 있고 확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치권을 향해 “통화정책만으론 현재의 미국 경제를 살려낼 수 없으니 하루 빨리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 따르면 4월30일부터 1일까지(미국시각) 이틀간 열린 연준 통화정책회의(FOMC)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하자는 의견을 낸 사람은 단 한사람에 불과했다. 캔사스 연준 총재만이 “현재 미국의 경우 인플레 상승 우려가 있는 만큼 양적완화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뿐 회의에 참석한 12명 위원중 11명은 현재의 3차양적완화(QE3) 기조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향후 인플레 상황과 경기동향을 봐가며 필요할 경우 현재의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늘리는 결정을 하자는 성명서를 내놨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경제상황에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현재 매월 45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고 400억달러규모의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등 월간 850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풀어대고 있는 연준의 양적완화 기조는 당분간 큰 변동없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연준이라는 통화당국의 노력만으론 미국 경제를 살려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정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연준의 경기부양책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연준 위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아울러 미국 민주-공화 양당을 향해 시퀘스터, 즉 재정지출자동삭감이라는 재정절벽 후속협상에 적극 임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준이 이날 필요시 양적완화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며 시장에 전에 없던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도 이런 재정정책 촉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앞날도 점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로 해석된다. 이날 월가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처럼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미국 경제의 불투명한 진로를 반영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날 연준의 의도대로 미국 정치권이 재정절벽 문제를 잘 매듭짓고 통화당국과 합세해 미국 경제를 함께 살려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연준의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다 미국이 인플레 함정에 빠져 다시 거꾸러질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정책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한국은 재정정책에 주로 의존한 채 한은은 경기부양에 뒷짐을 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한쪽만의 대책으론 경기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음을 한국의 통화당국도 명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은 총재인 김중수에게 시장에서 많은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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